금 거래소, 내년에도 못 열린다

당초 내년 1월로 예정됐던 '금 현물 거래소' 개장이 최소 1년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준비가 늦어지고 금 도소매업자 등 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8일 지식경제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 현물거래소 설립작업을 주도하는 지경부는 이달 중 금을 비롯해 석유, 농산물 등 일반 상품의 거래·유통을 관할하는 내용의 '일반상품 거래에 관한 법률'(가칭, 이하 상품거래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금 거래소를 비롯한 상품거래소 도입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입법예고 및 국회제출 등 법령 정비를 거쳐 △올 하반기에 금 거래소 시범운영을 실시한 후 △내년 1월 중 한국거래소 내에 금 현물거래소를 정식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안 제정의 첫 단추인 입법예고 자체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추후 일정도 순차적으로 밀리게 것.


법안 작성과정에 참여한 교수단의 책임자인 이종영 중앙대 법대 교수는 "이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2~4월 국회에 정식으로 상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법 확정 후 시행까지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당초 목표시기보다 최소 1년은 늦춰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입법예고되는 법률에는 상품시장 개설과 이에 대한 세제혜택 등 원론적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 상품의 거래단위 및 표준화 방안, 품질보증 기준 및 품질평가 기관 등은 시행령에서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법률이 통과된 후 상품거래법과 별도로 기재부가 조세감면특별법 개정을 통해 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등 사항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래 법률의 상당부분을 자본시장법 규정을 준용토록 해 입안 절차를 간소화하려 했으나 제정법인 만큼 새로 대부분 문구를 작성하느라 작업이 늦어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법령 입안절차가 지연된 만큼 내년 상반기 중 법률 확정을 통해 금 거래소 시범운영이라도 미리 실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거래소 설립과 운영에는 금 제련·정련업체, 도소매 업체 등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금 거래규모는 약 120~150톤(5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60~70%가 음성시장, 즉 무자료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무자료 거래를 얼마나 공식시장으로 이끌어오느냐가 금 거래소 성공의 관건인 셈이다.

정부가 마련한 안은 △실물로 금을 인출하지 않은 채 투자대상으로만 장내매매할 경우 부가세 10%를 면제하고 △제련업체나 금 도소매 업체들이 거래소에 금을 공급할 때 법인세 또는 소득세 등 세금을 일부 감면하고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거래수수료나 예탁·보관수수료를 면제하는 것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 매매 주체 중 거래세·부가세 일부를 면제받으려고 기존 소득원을 전부 노출하려 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법률이 통과되더라도 기존 거래주체를 시장으로 이끌어올 만한 유인책이 마땅찮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감세기조가 퇴색하는 과정에서, 더구나 서민도 아닌 금 거래 당사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준다는 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물거래소 산업을 육성하자는 건지, 음성거래를 양성화시켜 세수를 늘리겠다는 건지 정부 스스로가 원칙을 정해야 보완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 현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투자자 이상의 자격인증이 필요하다. 정부는 상품거래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적격투자자 자격에 관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