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손주은'꿈꾸는 '1타강사', 몸값만 150억

-일부 1타강사, 이적료만 150억원
-강사 시장 양극화 심화
-1타강사 영입경쟁 -> 수강료 인상압박 요인 지적도

1987년 3월, 서울대 서양사학과 81학번 '대학생 과외선생' 손주은은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로 향했다. 그는 월 20만원짜리 서울대 출신 과외선생이었다. 전교 200등 하던 여학생을 5개월 만에 전교 15등으로 만들자 과외 요청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월 20만원이던 과외 수입이 연 5000만원이 됐다.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50만원이 채 안 될 때였다.


20여년 뒤 과외선생 손주은은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하는 교육기업 대표가 됐다. 2000년 100㎡(약 30평) 사무실에 자본금 3억원·5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지 10여년만이다. 메가스터디 (11,250원 0.00%)는 온라인 교육시장의 약 70%를 점유하며 누적회원(지난 4월 기준 ·중고등 합산)은 400만명을 넘었다.

◇이적료만 150억원...프리미어리거 박주영보다 비싸
메가스터디가 온라인 교육을 처음 시작한 건 2000년 9월이다. "컴퓨터로 공부하면 망한다"는 소리를 듣던 때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교육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강(인터넷강의의 줄임말)'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른바 '1타강사(수강생 1위 강사)' 시대가 열렸다. 지방 학생들도 강남 스타강사의 강의를 안방에서 들을 수 있게 된 것. 이들의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1타강사 한 명의 매출액이 업체 총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학원가가 술렁였다. 중·고교 수강생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 강사들의 집단 이적 때문이었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건 수학계 1타강사 '삽자루'(본명 우형철) 선생의 이적료였다. 그는 비타에듀에서 이투스교육으로의 이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적료로 150억원(단독으로 옮길 경우)을 제시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외언론이 평가한 축구선수 박주영의 몸값 150억원에 빗대 "박주영과 동급"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삽자루' 선생을 포함, 이적한 스타강사 11명의 계약금만 300억원대. 이들은 회사 지분 20%·강의 수입 30% 보장 등의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타강사들은 5~6명으로 구성된 별도 강의개발팀을 두고 있다. 이들은 강의에 대한 수강생 반응, 강의에 활용할만한 유머 소재, 얼굴 및 표정에 대한 리뷰까지 보고한다. 1타강사들은 보조인력 인건비로만 월 평균 2000만원 정도를 낸다.

'스타강사 매니지먼트' 업체도 서울에만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학원 강사들의 화장법, 의상 코디네이션 등을 관리해준다. 특목고 입시로 유명한 페르마에듀도 2007년 연예기획사 올리브나인과 손잡고 강사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연봉 10억 1타강사 VS 연봉 1100만원 '박봉' 강사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21조원(통계청 기준)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이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33조4968억원으로 추정했다. 세계적 투자기관인 미국 AIG인베스트먼트가 비상장 영어교육업체 아발론교육에 6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한 것은 대한민국 사교육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상징한다.

대상 (21,550원 ▼750 -3.36%)그룹, 웅진씽크빅 (2,165원 ▲75 +3.59%) 등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이 학원가로 유입되면서 스타강사들의 연봉도 치솟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상그룹은 9개 대형 학원법인의 지분을 51% 인수, 전국 55곳의 초중고 및 특목고 전문 학원 주인이 됐다.

1타강사의 등장과 함께 강사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온라인에서 뜬 일부 전국구 강사들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손에 쥐었지만 대다수의 강사들은 여전히 박봉에 시달린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학원 강사 수는 30만8219명, 연평균 수입은 1133만원이었다.

1타강사 영입경쟁이 수강료 인상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강사 영입으로 인터넷 수업료가 인상되면서 애초의 사교육비 절감, 교육격차 해소라는 장점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