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달만에 몇백만개?" 라면홍보戰도 '과열'

#. 지난 1일 오전 삼양식품 (287,000원 0.00%)이 식품출입기자들에게 한통의 메일을 보냈다. '나가사끼 짬뽕, 신라면 제치고 1위'라는 제하의 자료. 지난 7월 출시 이후 인기가 상승세라는 게 요지인데, 한 문장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마트 11월 라면 판매 부문(온·오프 포함)에서 신라면을 꺾고 1위에 올라섰다"

보도가 나가자 출처로 거론된 이마트 (63,100원 ▲100 +0.16%)와 신라면 제조업체 농심 (390,500원 ▼9,000 -2.25%)이 발끈했다. 이마트는 "137개 오프 매장의 5개입 세트 제품 판매액 기준일 때"라고 해명에 나섰다. 농심은 "다른 마트에서나 이마트에서도 라면 전체 판매액은 신라면이 많은데 자의적인 통계를 갖고 타사 제품을 거론하며 비교했다"고 불쾌해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는 애교'라고 여유있게 맞받아쳤을 상황인데, 최근 예민해진 업계 분위기를 보여준다.


라면 홍보전이 뜨겁다. 라면 업체들은 '출시 1달 만에 몇 백만개 판매' 등의 자료를 쏟아내며 홍보에 혈안이다. 견고했던 전통의 순위가 깨지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혼전양상이 시작되자 경쟁 업체들 간의 날선 신경전도 엿보인다.

각사들은 먼저 판매수치를 들며 타사의 기선을 제압하려 한다. 농심은 두차례나 자료를 내고 "쌀국수 짬뽕이 1개월 만에 200만개 이상 나간데 이어 그 후 열흘간은 100만개가 팔렸다"고 선전했다. 삼양식품이 농심(신라면)을 '제물'로 삼은 날 오뚜기도 '하얀 라이벌'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를 정면 겨냥했다.

오뚜기 (413,000원 ▼15,500 -3.62%)는 자료에서 "꼬꼬면이 보름동안 350만 개, 나가사끼 짬뽕이 한 달 동안 300만개 팔렸지만 기스면은 20일 만에 600만 개를 판매했다"고 한 뒤 "나가사끼 짬뽕은 꼬꼬면의 잦은 품절로 인해 마트에서 '대체 수단'으로 팔리면서 판매량을 늘렸고, 꼬꼬면은 출시 전부터 연예인과 TV방송 영향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물고 물리는 업계 풍경이다.


하지만 각사가 홍보하는 대로 출시 초기 판매·매출량을 실제 인기와 그대로 연결시키기는 무리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 반응이다. 출시 초반 실적을 위해 프로모션이나 '밀어내기' 마케팅 효과가 작용할 수 있고 호기심 수요라는 거품이 낄 수 있단 지적이다.

올 상반기 신라면 블랙의 경우만 봐도 "출시 첫 달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홍보해 '대박' 아이템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4개월 만에 생산이 중단되는 쓴맛을 봐야했다. 한 라면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재구매가 이어지는 내년 상반기쯤은 돼봐야 새 제품들의 성공적 안착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