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신입생에게 선행학습 강요...사교육 부추기는 학교

(광주=뉴스1) 이석호 기자=

광주지역 일부 고교가 신입생들에게 선행학습이 필요한 과제물을 내줘 말썽이 일고 있다. News1 김태성 기자

다음달 2일 광주 A고에 입학하는 김모(16)양은 최근 ‘신입생 과제물’이라고 쓰인 인쇄물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실시된 전국연합 고1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문제지였다.


‘국어와 영어는 반드시 문제지에 풀고 각 문항 마다 빈 칸에 오답을 정리하라. 수학은 반드시 문제지에 풀고 각 문항의 빈칸에 풀이 과정을 적는다. 문제지에 답을 표시만 하고 풀이 과정을 적지 않은 경우 과제 제출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의 주의 사항도 적혀 있었다.

A고는 입학후 김양 등 신입생이 제출한 과제물을 1학기 수행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양은 "고등학교에 입학도 하기 전에고3 수험생이 된 기분"이라며"어쩔수 없이 과제물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A고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상당수 고교가 입학도 하지 않은 예비 신입생들에게 고1 과정의 과제물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입학과 동시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를 예정이어서사교육을 조장하고있다는 비난이 제기 되고 있다.

B고는 교육청이 주최하는 반 배치고사 외에 2차례 학교 자체 진단고사를 실시했다. 13일 치른 평가(수학)에서는 중학교 전 범위를, 20일 치른 평가(수학, 영어)에서는 고1 과정이 포함됐다. 이 학교는 반배치 고사를 4번씩이나 치르는 등 정식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학생들의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열경쟁을 하고 있다.

C고는 고1 수학 1학기 총정리 문제와 고1 필수 영어 어휘목록을 나눠 준 뒤 3월 2일 입학식 날 시험을 치른다. 시험 결과는 수행평가에 반영된다.D고는 EBS교재를 활용한 고1 영어를 비롯해 수학, 국어 과제를 1학기 수행평가 점수의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선행 학습을 강조하는 과제물을 주거나 입학 전 자체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광주시교육청 지침에 위반되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신입생들에게 고1과정이 포함된 문제집을 주고 풀게하고시험을 본다는 것은 결국학원에 가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일선 학교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원단체에서는 반배치 등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은 필요하지만 고1 과정이 포함된 평가와 과제물을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박삼원 정책실장은 "학교가 시험으로 예비 신입생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며 "신입생들이 고교 입학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보다는 입학 후 시험이라는 정책을 만들어 입시 지옥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입학 전 두 차례 반 배치고사 이외에는 추가로 진단평가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보충학습과 야간 자율학습 등도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존중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