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이번엔 "콘텐츠 혁신"…통(通)할까

"방송 콘텐츠 생태계의 룰을 바꾸겠다."

그동안 3不3行(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소프트웨어 구매관행 타파 등 국내 IT(정보기술) 생태계 혁신과 관련해 굵직한 사회적 의제를 제시했던 이석채 KT회장이 또 한 차례 혁신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중소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다.


이 회장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새로운 룰을 창출하고 시장을 변화시켜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우수한 콘텐츠를 발굴, 제공할 수 있는 길을 트고 싶다"며 "중소 콘텐츠 업계와 함대를 만들어서 새로운 뉴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 "중소 PP와의 거래관행 깨겠다"…1000억원 펀드 조성키로

17일 이석채 회장이 꺼낸 '콘텐츠 생태계 혁신'방안은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100억원 펀드 조성 △올레미디어스튜디오를 이용한 제작 인프라 지원 △IPTV내 신용 등용문 전용 채널 구축 △북미 최대 한류 커뮤니티 '숨피' 및 '유스트림' 등을 통한 글로벌 진출 지원 △거래조건 혁신 및 선정위원회 설립 등이 주요 골자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거래조건 혁신과 선정위원회'다. 이석채 회장은 "앞으로 올레TV나 위성방송의 채널배정을 시청률 기준으로 배정, 우수 중소 PP들이 관심 채널 영역에 올 수 있을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 채널선정위원회를 만드는 한편, 아울러 정확한 시청률을 위해 자회사인 엔써즈의 탐지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채널 사용료와 회선망 임대료도 일률적인 통보가 아닌 CP와 PP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거래 조건을 개선키로 했다.

콘텐츠 제작 지원 계획도 주목된다. KT는 매년 KT 가 200억씩, 총 8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방송, TV제조사, 콘텐츠 사업자 등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대의 펀드를 조성해 3년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류에 관심있는 외국자본과 투자자도 적극적인 투자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이 회장은 "가수 싸이 '강남스타일' 동영상이 단시간내 2억명 이상 다운로드가 되는 등 스마트 혁명으로 전세계가 가상 재화로 대표되는 '3차 혁명'을 맞고 있다"며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콘텐츠 분야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데 이번에 조성되는 펀드가 작은 시드머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KT 실행의지와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 될 듯

이번 KT의 콘텐츠 생태계 지원 방안이 KT의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미디어콘텐츠 유통사업과 맞물린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이석채 회장은 '올레경영 2기'를 맞아 콘텐츠 유통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KT는 최근 경영구조 개편안에 따라 미디어 콘텐츠(SW포함) 유통을 전담하는 회사를 분사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IPTV 시행령 개정에 대비한 직사채널(직접 운영채널) 운용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콘텐츠의 수급력 자체가 KT의 미디어 사업전략의 핵심 경쟁력이다. KT가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 외 턱없이 부족한 방송제작 투자시장과 여전한 방송사업자와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 극도로 열악한 방송 콘텐츠 제작환경을 감안하면 이번 KT의 조치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연간 120억원)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주도하는 매칭펀드 외에는 방송제작 투자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거래관행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점도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KT의 실행의지와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KT는 이석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SW 구매혁신(SW 제값주기)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채택된 사례는 아직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