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시설서 유년기보낸 '사회복지사' 공무원 된 사연…

"몸이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좋은 정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살려 현장과 소통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5급) 사회복지시설 관리정책 분야에 합격한 임동민(33·사진)씨의 각오이다. 임 씨의 이런 다짐은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경북 경주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살았다. 고등학생 시절은 혼자 자취 생활을 했다. 부모님은 계셨지만 집안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좌절 대신 임 씨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꿈을 가졌다. "저랑 같은 형편의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임 씨는 전문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인 2000년 11월부터 사회복지사로 부산에 위치한 공창·다대·전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돌봐온 아이들인 결국 나쁜 길로 빠져 수없이 경찰서를 드나들고, 외부 지원이라도 연결해 주려고 하는데 '영업사원' 취급을 받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처음 일을 할 때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없었죠. 단순히 '봉사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죠.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일을 해보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임 씨는 일하면서 틈틈이 학업도 병행해 2006년에는 인제대에서 관련 석사학위도 받았다.

↑임동민씨(오른쪽 첫번째)가 지난달 열린 전포종합사회복관 체육대회에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전포사회복지관에서 일해온 임 씨는 현재 서비스팀장을 맡고 있다. ⓒ임동민씨 제공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그는 사무관급 공무원 공개채용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이번 시험은 원서접수에만 총 3109명이 몰려 경쟁률이 평균 29대 1을 기록했다. 사회복지의 수혜자로 유년기를 보냈고 사회복지시설 현장에서 10여년을 보낸 그가 '맞춤형 적임자'로 선택된 것.


임 씨가 꿈꾸는 사회복지 시스템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단순화'를 꼽았다. "복지 시스템과 관련해서 민간과 공공간의 협력 네트워크가 잘돼있지 않습니다. 공공영역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괴리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마디로 시설이용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시설을 개선하고 싶다는 목소리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목소리였다. "복지의 기준이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적 복지수혜자가 성인이 돼서는 베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 있는 어조였던 임 씨는 인터뷰 말미에 목소리가 떨렸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얘기하려던 순간이었다. "제 합격소식과 함께 성장배경이 알려지면서 어머니께서 미안해하셔요. 나중에 알았지만 어머님이 양육시설에 저를 맡기고 계속 보러오셨다고 하더라구요. 제 합격소식에 가장 많이 기뻐하시고 축하를 해주신 건 바로 어머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