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車 한대 팔아준 적 없는 자들이…"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9일 류모(50세) 조합원의 자살 기도를 계기로 성명서를 내고 국정조사를 추진중인 정치권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에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6,030원 ▲30 +0.50%) 노조는 2009년 9월 일반 조합원들이 주도해 만든 독립노조다.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은 찬성 73.1% 반대 9.9%로 가결시킨 뒤 이 노조를 설립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벌인 '77일간의 옥쇄 파업'을 겪은 뒤 쌍용차 노조원들이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에 대해 반감을 표시했던 것.

쌍용차 직원 부인들은 평택공장에 몰려 든 국회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공장을 나가달라고 빌었고 조합원들은 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를 외면했다.

이후 조합원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함께 기업회생과 회사 정상화에 매진해 왔다. 2010년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제도 업계에서 처음으로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에도 임금단체협상을 완성차 업계 최초로 타결했다.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3년 연속 무파업으로 마무리지었다.

국정조사 등에 대해 입장표명 등을 삼가던 쌍용차 노조는 '내부적 동의 없이 정치권이나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회사를 뒤흔드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성명서에다 담았다.

조합원의 지지를 받지 못해 유명무실해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정치권과 연계해 회사 정상화를 방해 말라는 얘기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쌍용차 노사가 희망퇴직(1904명), 무급휴직(455명), 분사(83명) 등에 합의할 때 이를 거부하고 해고를 택한 이들(159명)로 구성됐다. 약 30여명이 활동중이다.

이규백 쌍용차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무급휴직자를 받아 들이기 위해 목소리를 자제했으나 노조를 배제한 정치적 결정은 행동으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국정감사 등도 다 진행했고 쌍용차 노조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의 동의 없이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2009년 옥쇄파업으로 인한 질곡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1만3001대, 지난해 12만717대를 팔아 판매는 차츰 회복되고 있기는 하다.

매출은 2011년 2조7730억원에서 지난해 2조8700억원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여전히 적자다. 2011년 1534억원의 영업적자가 지난해 750억원(추정치)으로 줄어든 정도다.

연간 25만대를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절반밖에 가동을 못한다. 자살을 기도한 류모 씨가 일한 조립2라인은 체어맨과 로디우스를 생산하는데 8시간 정상근무만 하고 잔업은 없었다.

그나마 4시간만 라인이 돌아가고 멈출 때도 많았다. 구조조정을 모면해 회사를 다니고 있던 류씨가 받은 급여는 매달 170여만원의 기본급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노사는 무급휴직자부터 단계적으로 복귀시키기로 하고 노사협의를 진행해 왔다.

노사 합의로 지난해 6월부터 무급휴직자에게 고용안정 유지지원금도 지급했고 4대 보험료도 회사가 납부하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 학자금도 전액지원하고 우리사주도 150주 지급했다. 협력업체 취업알선을 위한 채용박람회도 열었다.

이러는 사이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류씨가 유서에 쓴 것처럼 "신차출시장이나 모터쇼에 가서 시위"를 했고 "회사 이미지나 영업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

판매운동을 해도 회사가 살아날지 불투명한 마당에 정반대로 간 것이다. 심지어 쌍용차 노사가 합의해 무급휴직자를 위한 채용박람회를 열었을 때도 행사참가를 막으려는 시도를 했다.

한 40대 조합원은 "차를 팔아야 쌍용차가 회생하는데 불매운동을 벌인 건 해사행위"라며 "야당은 국정조사만 외쳤지 차 한 대라도 팔아주려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치권은 표심을 얻기 위해,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노동계에서 입지 확보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위해 쌍용차를 이용했지 쌍용차의 정상화에 기여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6월 쌍용차는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체어맨W' 및 '체어맨H'를 구입할 경우 100만원 할인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새누리당 의원 1명만 차를 샀을 뿐이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정치권과 연계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정작 무급휴직자의 생존에 필수적인 이른 바 '무급휴직자법'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

정리해고자들은 실업수당을 탔고, 쌍용차 지부 간부들은 금속노조로부터 '장기투쟁사업장 생계비' 명목의 활동비를 받았지만 무급휴직자들은 고용안정금 지급전까지 지원이 전무했다.

그러나 최대 6개월 동안 평균임금의 50%를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원들이 소극적이어서 국회통과가 안 됐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은 정리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문제를 임시국회 이슈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이들의 눈엔 4800여명의 쌍용차 직원과 11만명의 협력업체와 대리점 직원들, 440여명의 무급휴직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