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스마트TV 공인인증서 나올까

정부가 공인인증기관 지정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법률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기존 데스크톱 PC 시대의 인증방식 외에 스마트 시대 모바일 인증과 스마트 TV 인증 영역 등으로 공인인증 시장 영역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인인증기관 확대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전자인증서비스 발전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사진=KISA

18일 개최된 '전자인증 서비스 발전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오승곤 정보보호정책과장은 "일정한 요건만 갖춰지면 새로운 기술에 의해 공인인증기관이 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본인확인 기능과 전자서명(메시지 진본확인 및 부인방지) 기능만 갖추면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공인인증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다양한 인증방식과 기술경쟁을 촉진시켜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공인인증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전자서명법 일부 개정안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 과장은 "공인인증서는 PC 시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PC 기반 인터넷이 모바일 기반으로 확대되면서 보다 편리한 인증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TV 등 원격 정보공유 디바이스 차원에서도 그 환경에 맞는 기술을 기반으로 공인인증 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보증해주는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처럼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를 없애기 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방식과 서비스로 문호를 확대함으로써 최근 부각받고 있는 공인인증 폐지론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휴대폰 USIM(유심) 방식 공인인증서 등 새로운 공인증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 사업자들은 공인인증 서비스 신규진출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행 전자서명법이 PKI(공개키기반) 기술 위주로 제정돼 있어, 다른 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전자서명 인증수단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KI 외에 본인확인과 전자서명 기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대안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 여기에 80억원 이상의 자본금 등 재정능력 역시 진입장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PKI기반 이외에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이 나오지 않는 것이 핵심 문제"라며 "최근 전자서명법 개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취지이나 실효성 면에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반론도 없지않다. 이날 '전자인증기술의 나가야할 방향'란 주제로 발제한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는 "전자서명법은 기술 중립적으로 공인 전자서명 요건을 갖추는 어떤 기술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공인인증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인 전자서명으로서의 요건을 갖췄는지 심의 및 의결하는 절차를 갖춰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공인인증서 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 논란과 관련해 미래부 오승곤 과장은 "금융권에서의 공인인증서 의무화 조치 등은 인증서 활용분야에서의 결정사항일 뿐, 공인인증 체계와 관리규정을 적시한 전자서명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관련 민원 서비스 등 공적영역은 공인인증서를 쓰되, 사설 기관에서 자체 규정에 따라 사원 출입증을 발급하듯이 이용자들이 용도별로 사설인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법률에서 선택권을 넓힐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도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 규정한 다른 법률들에 대한 제도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염 교수는 "기존 공인인증서 외에 다양한 인증수단이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와 관련 규정 개선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공인인증체계와 비공인(사설)인증체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공인인증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