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신용등급 전망 일제 하향…하반기 조달 '빨간불'

투기등급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네차례의 회사채 발행에서 대박을 이어온 동양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보통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개월 안에 등급 하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3일 동양 (911원 ▼3 -0.33%)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BB'를 유지했다.


동양은 이로써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로부터 등급전망 '부정적'을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동양의 신용등급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적자 누적과 과다한 금융비용으로 재무안정성이 불안한 데다 오는 10월부터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한 자금조달도 막히면서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등급전망 하향의 이유다.

동양은 지난달말 기준 총차입금이 1조2265억원 규모로 현금창출력에 비해 과다한 수준이다. 금융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1배에 머무를 정도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97.1%에 달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일부 사업부문 매각 추진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매각 대상이 주력사업인 건재·가전 부문으로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도 향후 현금 창출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동양은 건설업과 플랜트 사업만 남게 된다.

안영복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매각했거나 매각이 예정된 사업 부문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며 "남아있는 사업보다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매출과 현금 창출력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는 10월부터 증권사가 투기등급 계열사의 회사채나 CP(기업어음) 등을 권유하거나 편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동안 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 등 그룹 내 계열사가 동양증권을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해 왔다.

동양은 지난달까지 올 들어 네차례의 회사채 발행에서 8%에 달하는 고금리와 조기상환 옵션을 내세워 모두 흥행을 거두면서 3510억원을 조달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동양 회사채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조기상환 청구 자금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소요 자금이 더 들어간다"며 "등급 전망 하향으로 상황이 좀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