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나오면 '돌연변이' 출몰…바이러스와의 사투

감염병이 창궐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도 한결 잦다. 2009년 신종플루(H1N1형)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이후 최근에는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또다시 확산됐다. 또 중동에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유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hCoV-EMC)가 유행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에서는 진드기바이러스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항생제의 약발이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도 증가하는 추세다.

◇셀트리온, 종합 독감바이러스藥 개발 박차=이처럼 진화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잡기 위한 국내 연구도 활발하다. 셀트리온 (191,600원 ▼1,400 -0.73%)은 다양한 종류의 독감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종합 독감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만약 셀트리온이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쳐 상업화에 성공하면 신종플루나 조류독감 등 각종 유행성·계절성 독감은 단 1가지 항체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해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모식도/ 사진출처=미국 질병통제센터

셀트리온이 2009년부터 개발 중인 이 항체치료제는 신종플루를 앓다가 회복한 환자에게서 채취한 항체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를 사람에게 주사해 독감을 예방하고, 몸속에 퍼져있는 바이러스도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이 항체는 전 임상결과 신종플루 바이러스 외에도 다양한 독감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냈다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권기성 셀트리온연구소 백신개발담당 부장은 "미국 질병관리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시험관실험 및 동물실험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유행성 및 계절성 바이러스와 사람에게 전염된 적이 있는 조류매개 인플루엔자 대부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 종합 독감 항체치료제에 대해 현재 영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의 치료제로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 동아에스티, 수퍼항생제 개발 FDA허가 임박 =변종 박테리아를 잡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연구도 한창이다. 동아에스티 (65,200원 ▼100 -0.15%)와 인트론바이오 (6,640원 ▲130 +2.00%), 크리스탈 (2,660원 ▼200 -6.99%)지노믹스 등은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변종 수퍼박테리아를 사멸하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테디졸리드'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올초 이미 끝냈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이 약은 MRSA(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내성균을 정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아에스티는 1990년대부터 이 약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인트론바이오는 세균을 잡아먹는 생물체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수퍼항생제를 개발 중이다. 박테리오파지가 만드는 '리신(lysin)'이라는 단백질이 세포벽을 깨뜨려 박테리아를 죽이는 원리다. 이 회사는 최근 이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서울대병원에서 임상1상 시험에 돌입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후보 물질 'CG400549'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2상 시험을 벌이고 있다. 이 항생제 신약후보 역시 질환표적단백질을 무력화시켜 슈퍼박테리아를 박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의 박테리아와의 싸움은 여전히 지난하다. 임원빈 동아에스티 팀장은 "수퍼박테리아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암이나 다른 질병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이상하리만큼 크지 않다"며 "환자수도 적은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투자를 쏟아 부어야 해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