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엠코 합병‥현대건설 통합 사전 포석?

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은 그룹내 분산된 건설부문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현대엠코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2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 24.96% △현대차 19.99% △기아차 19.99% △정몽구 회장 10% 등의 지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최대주주(72.55%)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은 합병사의 주요주주가 된다.


　단순 자본총계 기준(2013년 9월 말)으로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비율은 2대 3 정도다. 이 기준대로 하면 합병사의 최대주주는 현대건설로, 43%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정 부회장은 10% 정도로 2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수익성 등 기업가치면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사가 모두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합병 배경으로 꼽힌다. 앞으로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저렴할 때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10조원에 달하는 주수 잔고를 감안할 때 앞으로 수년간 고성장이 예상된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저렴한 시점에 합병해 지배구조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이 현대건설과 합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재계에선 정 부회장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과 우선 합병한 뒤 현대건설과 다시 합칠 것이란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이 건설부문의 핵심인 현대건설의 주요주주로 올라선다는 것.

　특히 현대차그룹이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과 맺었던 자산변동 및 재매각 등 '합병 금지' 시한이 지난해로 종료, 합병을 위한 걸림돌도 사라졌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합병 회사의 지분을 팔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유동화해 현금을 마련한 뒤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후계구도를 굳혔지만 그룹 지배력이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목돼 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거의 없고 현대글로비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정 부회장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앞으로 대주주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그룹내 건설부문 계열사간 합병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건설부문 합병은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계열사간 기업가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계열사간 역량 강화와 현대건설의 주가추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유리한 시점에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