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감감무소식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정부가 고사 위기에 처한 비우량 기업의 자금 수혈을 위해 도입한 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혜택이 탁상공론에 그칠 처지다. 동양사태에 데인 투자자들이 비우량 채권에 등을 돌리면서 관련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나서는 자산운용사가 없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1일 시행된 이후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 출시된 하이일드펀드는 아직까지 단 한 개도 없다. 시행령 개정안에 올 들어 출시된 모든 하이일드펀드에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고 예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달째 성과가 전무한 셈이다.

투자자문·일임사인 한국채권투자자문이 지난 21일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투자일임 형태의 하이일드펀드 상품을 출시한 게 전부다. 이 상품에는 닷새 동안 15억원가량이 모였다.

공모펀드로는 기존에 나와있던 상품까지 감안해도 KB자산운용사의 '주은비과세고수익고위험채권1'(2001년 8월 출시)과 'KB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채권'(2007년 4월) 등 2개가 전부다.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펀드의 이날 현재 순자산은 각각 9000만원과 1900만원으로 사실상 운용이 중단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하이일드펀드 세제 혜택 방안을 마련할 때부터 자산운용사 등 업계에 관련 펀드 출시를 독려했다.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다음달 초로 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펀드를 만들기부터 쉽지 않다. 하이일드펀드에 담아야 할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가 거의 발행되지 않고 있는데다 코넥스 상장 주식도 물량이 충분치 않다. 올 들어 발행된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동부건설(BBB-) 회사채 430억원 한 건으로 전체 발행 회사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남짓에 그친다.

설사 일부 자산운용사가 하이일드펀드를 출시한다 해도 비우량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에 틔워줄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웅진·STX·동양사태를 거치면서 비우량채권 투자수요가 위축될 대로 위축된 데다 투자수요를 유인할 세제 혜택 효과도 연간 50만원 수준에 그쳐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일각에서 하이일드펀드가 공모펀드보다는 특정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해 운용하는 투자일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펀드로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소득뿐만 아니라 자본 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일임 형태의 상품으로 투자하면 채권 자본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된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유통시장에서 투자일임 상품을 통해 액면가보다 싸게 채권을 구입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분리과세와 자본차익 비과세를 잘 활용한다면 하이일드펀드의 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