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 "아빠가 X 던져 허벅지에… 영원히 안 볼래요"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담은 폴란드 비정부기구 '노바디스 칠드런 재단'(Nobody's Children Foundation)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사진. "(아동학대를 할 경우) 당신의 참을성, 그 이상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진=폴란드 비정부기구 Nobody's Children Foundation 홈페이지 캡처

# 11세 김모양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아버지는 김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주 때렸다. 화가 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김양은 "아빠가 칼을 던져 허벅지에 찔린 적도 있었다"고 했다. 만성 알코올 중독이었던 어머니는 김양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김양의 외가 친척들이 최근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를 하면서 김양은 비로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살던 집을 떠나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갔다. 가정법원은 아버지에게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판사는 아버지에게 "딸이 먼저 찾기 전에는 절대 딸을 먼저 찾아가지 말라"고 했다. 김양은 "영원히 아빠를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각각 계모가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주된 학대자인 부모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뿐 아니라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그들은 왜 자식을 학대하나?

지난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보고된 아동학대는 총 6796건으로 2012년에 비해 393건이 늘었다.


아동학대 가해자 중에는 '부모'가 전체의 80.3%를 차지했다. '부모' 중에서도 '친부'와 '친모'의 비중이 각각 41.1%와 35.1%로 계모(2.1%)와 계부(1.6%)보다 높았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들에게는 심리·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한 폭력과 같은 학대를 일삼는 부모의 경우 과거 학대를 받았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돼 양육습관으로 굳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 같은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부부간의 갈등 등이 발생했을 때 그 분노를 아이에게 전하는 사례가 잦다"고 밝혔다.

아동에 대한 학대를 일삼는 부모들은 '외상 후 격분 장애'(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폭력이나 부당함과 같은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를 적절히 제어하기 힘든 일종의 질병을 겪게 되고 이 상태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폭력의 대물림 끊어야"

아동학대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처벌 강화와 사후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9월 새롭게 시행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대표적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특례법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엄벌 뿐 아니라 보호처분을 통한 보호관계의 회복과 피해아동을 위한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향후 아동학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문제의 근원은 '폭력의 대물림'에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을 상대로 양육 방식에 대한 재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학대를 받은 아동들을 직접 만나보면 대부분 자신들이 '학대를 받을 만큼 잘못을 저질러서 학대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학대 아동들은 대개 학대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잘 하면 맞지 않고 잘못하면 맞는다'는 폭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그렇게 형성된 폭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결국 자신이 자녀를 양육할 때 배어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아동학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 같은 폭력의 대물림 현상을 끊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학대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한 재교육과 함께 피해 아동에 대한 장기적 심리 치료 등 사회 전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