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株, 지배구조 개편 시동에 '반짝'했지만…

롯데그룹주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 과정에서 상당수 계열사 지분이 이동하자 주가도 덩달아 움직였다.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이 걸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간 주식 이동이 이뤄진 다음날인 23일 주식시장에서 롯데그룹주는 대부분 강세로 마감했다. 롯데제과 (27,100원 ▲50 +0.18%)는 전거래일 보다 8.10%(16만원) 급등한 21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17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한 증권사가 롯데제과를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제시한 것이 주가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 주식 366억원어치를 사들였고 롯데칠성 등과 함께 보유했던 430억원 상당 롯데상사 주식을 롯데쇼핑에 팔았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호텔롯데 다음으로 지배구조상 중요하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세로 볼 때 롯데제과는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축에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롯데제과와 함께 지분 변동이 있었던 롯데칠성 (125,900원 ▼1,200 -0.94%)과 롯데푸드 (311,000원 ▲6,500 +2.13%)도 각각 1.9%, 1.2% 상승세로 마감했다. 식품 계열사들이 추후 비식품 계열과 같은 불필요한 자산을 유동화 할 경우 사업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주축이 되는 유통·상사와 롯데제과가 주축이 되는 식품·화학 계열 간 통합이 눈에 띈다"며 "특히 계열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식품 3개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실적 부진 우려에 고전하던 롯데쇼핑 (68,700원 ▲500 +0.73%)도 2.9% 상승세로 마감하면서 이달 들어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롯데쇼핑은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시 수혜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번 지분이동만을 놓고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수혜주를 예측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지분변동이 반짝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의 방향을 점치기에 섣부르다는 얘기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이동으로 인해 지배구조와 관련한 다양한 부분이 이슈화 되면서 주가가 움직인 것 같다"면서도 "현 수준의 지분 변동만 갖고 향후 그룹 구조나 심지어 수혜주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지분 이동이 오너 2세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작업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지만 증권가에선 '너무 앞서간 얘기'라는 의견도 많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 지분 변동과 연결짓기 다소 무리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분 이동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라는 목적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며 "이번 이슈가 계열사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