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구제역 의심신고..2010년 악몽 재현되나?

연이은 구제역 발생으로 최악의 피해를 안겼던 2010년의 구제역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북 의성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600마리를 살처분했다. 이어 4일 뒤인 27일에는 경북 고령의 한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하루 뒤인 28일 확진됐다.


경북 의성에 이어 고령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며 일부 농가에서는 2010년 구제역 광풍의 재발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010년 11월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다음해인 2011년 5월 18일까지 171일간 총 153건 발생했다.

당시 구제역 발생으로 소 15만864마리와 돼지 331만7864마리 등 총 347만9506마리가 살처분됐다. 재산피해는 무려 3조1759억원에 달했다. 당시 구제역 발생으로 우리나라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얻은 구제역 청정지위를 불과 2개월 만에 상실했다.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 혈청형은 2010년 구제역 당시 발생한 것과 같은 O형이다. 최초 발생지가 경북이라는 점도 일치한다.


OIE 구제역 청정지위를 잃은 데 따른 수출제한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OIE는 각국의 구제역 등급을 '발생국' '백신접종 청정국' '백신금지 청정국'의 3단계로 구분한다.

2009년 1162만달러를 기록한 돼지고기 수출은 구제역이 발생한 2010년 78만달러로 급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돼지고기 수출은 391만달러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내 발생한 구제역 발생에 따라 수출에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현재 방역당국은 경북 의성의 돼지 600마리를 살처분하고 구제역 발생 농가 인근의 차량 접근을 제한하고 소독 작업을 진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위기단계를 주의로 격상,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해당지역에 상황실을 설치해 비상체제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2010년 당시와 지금 상황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2010년 당시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지만, 그때 이후로 백신 접종이 대부분 잘 되어있는 상태"라며 "예전처럼 빠르고 동시다발 적으로 전국에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활동이 위축되는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여름에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가 불안정한 상태"라며 "온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바이러스 활동이 줄어 심하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도 이번 구제역 발생은 2010년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이번 의성과 고령의 구제역 발생으로 백신 접종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구제역의 전염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백신 접종이 없어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지난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