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의 비밀은 숏커버링?

최근 국내증시 상승랠리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자금과 관련, 이머징 펀드 자금과 함께 숏커버링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숏커버링이란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재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강도는 이달들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은 30일 6000억원 규모를 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를 2080선까지 밀어올렸다. 이달들어서만 외국인은 국내주식을 3조5000억원어치 넘게 샀다.


◇줄어드는 대차잔고..은행·자동차 숏커버링=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하는 대차종합잔고지수는 이달들어 지난 9일 282.73까지 올라갔지만 코스피가 2000선을 재차 넘어선 15일에 280선을 이탈했고 전날에는 275.48까지 내려왔다.



대차잔고는 금액상으로는 이달초 45조1949억원에서 전날 46조4104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로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대차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대차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들어 지난달말까지는 63.93%였지만 29일 기준으로는 63.07%로 줄면서 대차잔고 감소의 상당부분은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국인 비중은 전달의 36.07%에서 이달에는 36.93%로 늘었다.


이달들어 대차상환이 많았던 업종은 금융, 전기전자, 운송장비, 건설업 순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들어온 업종이다. 특히 금융업종의 대차잔고지수는 이달초 476.28에서 현재 465.10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들 업종의 주가는 이달들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은행과 보험, 증권을 포함한 금융업종의 경우 10%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기간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업종 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5%, 현대차는 6% 주가가 올랐다.

보통 대차잔고는 연말이나 6월 배당을 앞두고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7월 들어 이처럼 대차잔고가 줄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해석되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대부분은 이머징·아시아 펀드자금으로 분석되지만 외국인 숏커버링 물량도 이미 일정부분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들 중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 위주로 급격하게 주가가 상승(오버슈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 자금을 숏커버링 물량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임종성 CIMB증권 상무는 "아직 숏커버링 물량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아시아 펀드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한국 주식시장을 통째로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매니저 롱숏펀드 포트폴리오 교체 분주=전문가들은 숏커버링 물량의 일정부분은 국내 헤지펀드나 롱숏펀드에서 나왔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차잔고 비중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줄고 증권과 투신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차잔고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70%, 증권은 24%, 투신은 3.99%였다. 올해 외국인의 비중은 63.07%로 감소했고 증권의 비중은 30.39%, 투신은 5.39%로 늘었다.



최근 헤지펀드나 롱숏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갑작스런 시장변화에 속속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롱숏펀드든 헤지펀드든 중소형주의 대차물량이 많이 없어서 대차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 정유, 화학 대형주 위주로 숏을 많이 했었다"며 "비상회의를 열고 종목교체를 하고 있지만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마다 전략은 다르지만 롱 종목은 중소형주, 숏 종목은 대형주로 담았을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200지수선물로 숏을 한 펀드들도 많아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주로만 롱숏전략을 쓴 한 헤지펀드 운용사는 이번 상승이 반갑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대형주 중 매수(롱)한 종목과 매도(숏)한 종목이 동시에 오른다고 해도 넷익스포져(매수와 매도 포지션 차이)를 생각하면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