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복되는 물가전망 헛발질, 이번엔 적중할까

한국은행이 농산물 가격이 반등하고 경기회복으로 임금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점차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매번 실제 물가가 한은의 전망 보다 덜 오른데다, 한은도 물가 전망 하방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밝혀 또 물가 전망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은 이번에도 "물가상승률 오름세 확대" 전망 반복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수요·공급 측 변수들이 모두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1.4%에서 하반기 2.3%로 높아지면서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를 기록하리란 관측이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 명목임금이 경기회복과 저임금 취업자 증가세 둔화로 오름세가 확대되고, 공급측면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누적된 공공요금과 교육비 상승이 빨라지면서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까지 뛸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1.4%)을 예상보다 낮게 만들었던 요인으로는 농산물 가격을 지목했다.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 변동요인을 품목별로 분석해보면 농산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0.6%p 낮췄다는 것. 또 인플레이션 파급영향이 큰 내수 증가세가 둔화된 점도 물가상승률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하방리스크 더 크다'..추가 하향 여지 남겨둬

하지만 한은은 "하방리스크 가 더 우세하다", 즉 실제 물가가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넘어설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물가 전망을 또 하향조정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연초 다른 기관에 비해 물가전망을 높게 잡은 후 연중 하향조정하는 추세를 반복해 온 것으로 볼 때 10월 전망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은은 작년 1월에 2013년 물가상승률을 2.5%로 전망했지만 4월 2.3%, 7월 1.7%, 10월 1.2%로 전망치를 계속 낮춘 바 있다. 지난해 실제 물가상승률은 1.3%였다. 2012년엔 4월에 그 해 물가상승률을 3.2%로 전망했지만 7월 2.7%, 10월 2.3%로 낮췄고 실제 물가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올해도 1월에 2.3%로 전망했다가 4월에 2.1%로 낮췄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 전망이 최근 계속 틀렸던 데 대해 농산물 가격 같은 공급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봄철 농산물 작황이 예상보다 좋거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거나 또는 예년과 달리 가을에 풍작이 이어지는 등 매분기 예상치 못한 공급측 이벤트가 발생해 실제 물가상승률이 전망과 달라졌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매번 예상치 못한 공급측 요인으로 잇따른 헛발질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전망시마다 물가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과 관련 "물가전망과 관련해 혹시 간과하고 있는 요인들이 있는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전망치 하향조정이 반복되면 정책의도를 가지고 전망치를 높게 잡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