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백신 '자급자족' 정책…백신업체 "일할 맛 나네"

한국 백신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전유물인 프리미엄 백신 시장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다. 정부가 백신 국산화 정책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제약시장의 성장률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백신시장은 매년 10%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녹십자 (111,900원 ▲800 +0.72%)와 SK케미칼 (44,950원 ▼50 -0.11%) 등 국내 백신업체들이 눈길을 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케미칼은 경북 안동에 세포배양방식 백신공장(L하우스)에 대해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백신 생산에 착수한다. SK케미칼은 특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외에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실제 대상포진과 폐렴구균백신은 현재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2~3년 내 최종 백신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자궁경부암백신과 소아장염백신도 임상1상 시험이 진행 중으로 2017년이면 제품 개발이 끝날 예정이다.


백신시장은 필수접종 백신과 프리미엄 백신으로 나뉜다. 이중 프리미엄 백신은 감염병 예방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백신은 240억달러(2013년 기준) 규모의 전체 백신 시장에서 이미 절반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과 정교한 생산시설이 필요한 분야로 GSK와 MSD, 사노피, 화이자 같은 글로벌제약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알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백신은 예방접종 백신보다 고마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아 한국 제약사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고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SK케미칼이 개발 중인 프리미엄 백신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백신이어서 품질과 임상데이터만 뒷받침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SK케미칼은 세포배양방식으로 고품질의 프리미엄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녹십자도 정부의 백신 국산화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 2012년 기준 국내에서 자체 생산중인 백신은 주요 백신 27개 중 단 10개 뿐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27개 백신의 80%를 국산 백신으로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필수접종 백신 확대 △백신 생산시설 자금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해줄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백신 기업의 연간 매출만 3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녹십자는 현재 전량 수입하고 있는 필수예방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Tdap백신(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예방), 성인용Td백신 (파상풍·디프테리아), 탄저백신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런 백신들은 전량 수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원액생산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순수 녹십자 기술로 개발해 백신 자급자족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