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에 놀란 서울시, 공공공사에 외국감리 참여 추진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발생./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자체 발주하는 공공공사 감리에 외국감리업체 참여를 추진한다. 최근 송파구 일대에 싱크홀과 동공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에서 운용하는 '책임감리제'가 입방아에 오르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공공공사 외국 감리업체 참여 효과'에 대한 용역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했다. 용역비는 4600만원, 용역기간은 3개월이다. 시는 용역이 끝나는 오는 11월 결과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연내 공표할 예정이다.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책임감리제에 대한 보완이 줄곧 제기돼 이를 위해 외국감리업체 참여를 추진 중"이라며 "내년 공공발주부터 외국감리업체의 참여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감리제'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의 유착을 막고 전문성을 높여 부실공사를 막아보자는 취지에 도입된 제도다. 민간감리업체가 책임을 지고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현재 시 공공공사 중 200억원 이상 사업에 모두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해 방화대교 연결도로 램프 공사현장 상판 붕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인해 총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올들어선 싱크홀과 동공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책임감리제에 대한 개선 및 폐지 주장이 빗발치자 이 같은 대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외국감리업체 참여 외에도 구조물이 주가 되는 공사에는 구조기술사가 책임감리원이나 상주감리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방안과 현장 불시점검 기동감리시스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현재 발생하는 싱크홀과 동공 현상에 대해 해당 감리업체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감리업체들이 내놓은 감리결과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수준 높은 외국 감리업체를 선별해 감리를 맡기는 방법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법적으로 외국업체 감리에 대한 적용이 가능한지는 좀더 살펴보고 도입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감리업계는 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하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국내 건설감리업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건설관리공사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감리업체는 570여곳, 업계 종사자는 3만여명이다. 하지만 2011년 1조4000억원로 추산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한 감리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경쟁이 심한 상황인데 외국 감리업체까지 참여한다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감리업체 모임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는 "아직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협회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