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감 1위' 교사들 어쩌다…"명퇴도 맘대로 못하는 신세"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 들어 폭증한 교원 명예퇴직(명퇴)을 수용하지 못해 신규 교사 미발령 사태가 속출하는 등 '인력적체' 현상이 벌어지자 교육계 일각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5% 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 등을 떠넘겨 예산이 바닥난 만큼 이 참에 내국세 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25.27%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인 탓에 교육계가 이를 풀어나갈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누리과정에 시교육청 예산 5437억원이 투입됐다. 시교육청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긴 탓에 교원 명퇴는 물론, 초·중·고 학교운영, 학교환경개선사업 등 관련 사업 예산이 줄줄이 부족해 재정난이 초래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여야 의원들도 시교육청의 편에 서서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로 인상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럴 경우 시교육청은 9000억원 가량이 확보돼 누리과정 예산을 자체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서울시교육청 뿐만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청의 이 같은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지방채 발행을 통해 교원 명퇴 대란 등 예산과 관련된 각종 난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빚은 전체 예산 대비 140%이지만, 지방교육청은 불과 10%도 채 안된다"며 "교육청 요구대로 하자면 다른 분야 파이를 줄여야 하는데 결국 제로섬 게임이 아니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게다가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27%로 고정돼 결과적으로 1인당 교부금은 크게 늘어난다는 관측도 기재부의 불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은 2010년 1001만명(20.3%)이던 6~21세의 학령인구가 2015년 887만명(17.5%), 2030년 712만명(12.1%)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교대·사범대에서 매년 배출되는 교사 수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도 교육재정을 악화시키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5% 포인트 올리는 것보다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명퇴 예산의 경우 지정된 항목 외에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대통령이나 시·도교육감의 공약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경쟁력 강화와 교육환경 개선 등 정말 필요한 예산이 무상시리즈에 잠식당한 부분이 일부 있다"며 "지금 재정구조 형태로는 내년에도 재정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과 전국 시·도교육감의 각종 교육복지 정책이 타당한지 제대로 따져보고 예산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교육예산의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검토의 주체는 정치권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야가 서로 '우리가 제안한 정책 예산은 꼭 필요하다'며 상대방 예산만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교원 명퇴 수용률 저조의 이유로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을 문제 삼고 있고, 보수 진영에서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진보 진영 정책들을 원인으로 꼽으며 서로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