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미분양' 악몽… 최경환호 발목잡나

주택시장에 '미분양' 악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도 건설업계가 신규물량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주춤했던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까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였던 지방마저 미분양이 늘고 있고 분양불패로 인식되던 중소형 아파트까지 미계약 물량이 쌓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수요가 공급을 쫓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업계는 추석이후 10만가구가 넘는 대규모 신규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공급조절에 나서겠다던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어서 미분양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최경환 새 경제팀이 미분양 증가 등 수급조절에 실패할 경우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 미분양 3개월째 증가…지방·중소형 확산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5만1287가구로 전달(5만257가구)보다 2%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취득세 인하 등 '8·28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까지 3개월 연속 늘어났다.


수도권 미분양은 2만6797가구로, 전월대비 11.3% 감소했다. 김포·파주·평택 등 경기와 인천의 기존 미분양이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실제 경기도 미분양은 전달 2만632가구에서 1만7887가구로 2745가구 줄었다. 인천과 서울도 각각 561가구, 109가구 감소했다.

반면 지방 미분양은 크게 증가했다. 7월 지방 미분양은 2만4490가구로, 전월대비 22.2% 급증했다. 신규공급이 몰렸던 대구와 세종 미분양이 각각 전달에 비해 377.9%(1754가구), 345%(1344가구) 늘어난 탓이다. 광주광역시도 7월 미분양이 657가구로, 전달에 비해 461.5% 폭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주택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형 미분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국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미분양은 전월대비 4.6% 증가한 3만2121가구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1만9166가구로 한 달 전보다 3.4% 줄었다.

◇추석이후 10만가구 분양대기…미분양 폭탄 '우려'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심상치 않지만 건설업계는 추석 이후 또다시 대규모 신규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가을(9~11월) 분양 예정물량은 전국 122곳, 9만539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12월 분양물량(약 1만690가구)을 합하면 연말까지 공급될 물량은 총 10만6000가구가 넘는다. 이는 건설업체가 분양시기를 정한 물량으로 아직 시기를 잡지 못한 물량(약 5만여가구)까지 더하면 총 대기물량은 16만여가구에 육박한다.

올들어 이달까지 분양된 물량(약 11만2500가구)보다 많은 규모다. 자칫 미분양 폭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새 경제팀 출범 이후 부동산경기 부양 기대감이 높아지자 업계가 대거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공공물량을 줄여도 미분양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청약제도 개선, 전매제한 및 금융규제 완화 등 분양시장 띄우기에 나서면서 공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에선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며 "주택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분양관련 규제를 풀어봐야 미분양 증가 등 부작용만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