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우려에 발목잡힌 JB금융 코코본드

JB금융지주의 국내 첫 코코본드 발행이 당국의 개인투자자 불완전 판매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개인 투자자 참여 범위와 위험성 공지 등에 대해 당국과 발행사측의 조율이 길어지며 여러 차례 일정이 미뤄진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증권신고서 정정까지 요구했다. 수요예측은 유효하지만 청약과 발행일정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JB금융지주가 이날 제출한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일명 코코본드라 불리는 조건부자본증권은 은행 자본 규제인 바젤3에서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발행 은행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각이 이뤄져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는 은행의 자본증권을 통칭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결과 △증권신고서 형식상의 오류 △중요사항에 대한 오류 및 누락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 판단을 저해하는 경우 등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이 강도 높게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자 위험에 대한 공지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개인투자자 대상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감원측은 JB금융지주 및 주관사단에 구체적으로 상환의무 감면(투자금 손실) 조건 및 이자지급 면제 조건에 대한 투자자 위험을 보강해 공지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JB금융지주의 상환의무 감면 조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로 정해져 있다. 이에 관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각종 '경우의 수'를 투자자에게 구체적으로 풀어 기재하라는 요청을 JB금융지주와 주관사측에 전달했다. 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으로 내려가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았을 경우 등에는 이자지급이 중단되는데 이와 관련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거듭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수요가 발행액 2000억원 중 500억원에 그쳐 나머지 15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창구를 통해 판매되는 리테일 물량에 대한 개인투자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금감원측 관계자는 "지난해 불거진 '동양사태' 투자자들도 일부는 투자금을 건질 수 있었지만 불완전 판매 후폭풍이 거셌다"며 "코코본드는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의 경우 투자금 전액을 손실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듭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정 신고서 요구로 인해 JB금융지주의 코코본드 발행은 또 한 차례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JB금융지주 측은 청약 및 발행 일정을 재공시할 예정이다. 정정신고서 제출 다음날부터 7영업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일정을 감안하면 발행은 9월 중순 무렵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JB금융지주(A+)는 지난 25일 2000억원 규모의 30년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해 유효수요 내 총 500억원의 기관투자 수요가 들어왔다. 조달자금은 오는 10월 광주은행 인수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JB금융지주측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10월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