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 차이없다", "맞벌이 고려 안 해" …'9시 등교' 비판 거세

수원지역 9시 등교가 첫 시행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 매탄중학교 학생들이 조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지역 초·중·고교에서 1일부터 '9시 등교'가 본격 시행됐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경기도교육청 공식 홈페이지에는 9시 등교를 반대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 9시 등교로 인해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이 늦어진 점 △ 출근하는 직장인 등과 겹쳐 통학시간이 늘어나 실질적으로 수면시간에 차이가 거의 없는 점 △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챙기지 못하거나 직장에 지각하는 점 △ '9시 등교'에 대한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된 점 등을 지적했다.

먼저 학생들은 9시 등교로 인해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이 모두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많은 불만을 털어놨다.

학생 A씨는 "아침에는 여유로워진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하교시간도 늦어지기 때문에 결국 저녁에는 바빠질 수 밖에 없다"며 "학원도 늦어지고 결국 잠을 늦게 자게 된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학생 B씨는 "'9시 등교'가 3학년에겐 선택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일찍 등교해서 자습한다"며 "오히려 점심시간만 1시로 늦춰져 오전 동안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수능시험의 리듬과 맞추기 위해 학교 측에서 8시 등교를 권장하다보니 9시 등교의 이점이 전혀 없다는 것.

이밖에 "하교시간이 늦춰지다보니 집도 못들르고 허겁지겁 학원을 향해야 한다", "예체능 분야를 지망하는 학생은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오히려 피로가 가중된다"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출근시간과 겹쳐 통학 시간이 늘어났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고등학생 C씨는 "고등학생은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 원거리 통학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출근시간과 겹쳐 숨막힐 것 같다"며 "차가 밀리는 것까지 계산해서 나오다보니 8시 등교할 때와 출발시간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직장인과 개강을 맞이한 대학생들도 "중고생들 등교 시간과 겹쳐 대중교통은 더 붐비고 차도 더 밀린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맞벌이 부부의 반론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맞벌이 중이라고 밝힌 다수의 누리꾼들은 교육청 게시판에 "아침부터 일찍 나가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이 원래 시간에 일어나야 부모가 아이를 챙긴 뒤 직장에 나갈 수 있다", "어린 두 아이를 놓고 먼저 출근을 하게 됐는데 부모 없는 사이 가스불이라도 만질 지 너무 걱정된다"며 항의했다.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도가 너무 급하게 일방적으로 시행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경기도교육청 학부모게시판에는 "공개도 안 할 설문지는 왜 돌려서 의사표시를 하라고 한 것인가", "학부모 의사는 전혀 듣지 않은 탁상행정",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왜 부모들 의사는 무시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현행 '9시 등교'를 비판하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차라리 8시 30분~9시 사이에 선택적으로 등교를 하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생은 "진짜 문제는 9시 등교가 돼도 수업시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라며 "학습시간 전반에 대한 상한선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9시 등교'를 찬성하는 의견도 일부 올라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아들이 여유있게 아침에 운동하고 등교하더라", "7시에 일어나도 아침을 못먹던 중학생 아들이 8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갔다. 아이들의 심리적요인도 작용한 듯 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또다른 누리꾼들은 "9시 등교하니까 오늘 하루종일 안졸았다", "원래는 '9시 등교'가 정상이다. 세계 대부분의 학교가 9시보다 늦게 등교하도록 돼있다. 영국은 오전 9시 전에 학교 문이 잠겨있다" 등의 반응을 남기며 '9시 등교'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