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교육예산 55조…무상·누리·돌봄 '빨간불'

내년 교육예산이 올해보다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학생 안전관리에 신규로 1500억원 이상이 편성되고, 국가장학금 등 고등교육 예산이 22%나 증액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공약인 고교 무상교육과 누리과정, 돌봄교실의 예산은 이번에 국고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5년도 예산을 올해 54조2480억원보다 8841억원(1.6%) 늘린 55조1322억원으로 편성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39조5206억원을 제외한 내년도 교육 분야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16.7% 증액된 15조6115억원이다.


◇유아 및 초·중등 교육예산 1조4288억원 감액=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은 총 39조7142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1조4228억원(3.5%) 줄었다. 내년 세수 감소 전망치가 반영되면서 예산이 무려 1조원 이상 대폭 감액됐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내국세 20.27%와 교육세 전액을 재원으로 구성된 지방교육재정부담금으로 편성된다.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3.3%)이 줄었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은 물론, 누리과정과 돌봄교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육시설 유지·보수 등의 예산이 신규로 편성됐다. 초·중·고교 중 재난 위험이 높은 최하 수준인 D~E급의 노후나 불량 시설에 각종 재해발생 시에만 사용이 가능한 재해대책 특별교부금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국립대의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험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규로 1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등교육은 22% 증액된 10조5341억원=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이 크게 감액된 것과 대조적으로 대학 등 고등교육 예산은 1조8821억원(21.8%) 증액된 10조5341억원으로 편성됐다.

'국가장학금'에서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사업명이 변경되면서 기존 △국가장학금 △대학생 근로장학금 △우수학생 장학금 △희망사다리 등 장학금 관련 사업이 통합돼 관련 예산은 올해 3조6753억원 대비 1703억원(4.6%) 늘어난 3조8456억원이 투입된다.

교육부는 정부가 3조9000억원을 부담하고 대학이 자구노력으로 3조1000억원을 지원하면 모두 7조원으로 내년에는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내년에 처음 시행되는 미래부의 '이공계 우수장학금 664억원도 포함됐다.

또 '지방대학 육성 사업'에 2075억원,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에 610억원,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594억원,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에 2467억원 등이 투입된다.

◇고교 무상교육·누리과정·돌봄교실 물 건너가=고교 무상교육과 누리과정, 돌봄교실 등 박 대통령의 교육 분야 주요 공약이 세수 부족으로 임기 내에 실현되기 어렵거나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에 고교 무상교육 2420억원, 누리과정 2조1000억원, 돌봄교실 6900억원을 요청했지만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고교 무상교육의 경우 기재부 예산심의에서 전액 삭감될 정도로 '후순위'로 밀렸다. 박근혜정부 3년차인 것을 감안하면 4~5년차에서도 예산 확보를 장담 못해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등에 필요한 예산 1조8000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활용하기로 기재부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서 관리하는 이 기금은 시중 이자보다 싼데다 3년 거치, 10년 상환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결국 가뜩이나 명예퇴직 교사에 줄 돈이 없어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갚아야 하는 만큼 재정파탄이 우려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적자 규모가 3600억원으로 나타나자, 서울시의회는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예산 5400억원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재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에서 경중을 따져 구조조정 후 사업비를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더딘 탓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해 고교 무상교육을 당장 실시할 여력이 없다"며 "그렇다고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도 국가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의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