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GBC조성비용 15.5조…사업비 회수 몇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차그룹에 낙찰됐다.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전경/ © News1 송원영 기자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 받은 현대차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선 입찰가액 10조5500억원을 적어냈다. 많아야 5조원 안팎에서 승부가 결정 날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는 현대차가 감정가액의 3배를 웃도는 입찰가를 제시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막대한 토지매입 비용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1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 부지 인수가 현대차에게 자칫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대차가 단순 수익확보가 아닌 삼성동 한전 부지가 가지고 있는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췄고 개발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 기대수익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현대차가 꼭 무리수를 둔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19일 건축설계업체 2곳의 도움을 받아 한전 부지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 및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가 이 땅에 본사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를 포함한 GBC를 조성하려면 약 15조55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매입비와 공사비, 세금 등을 더한 값으로 부지면적 7만9342㎡를 기준으로 건축비는 총 2조7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 800%를 적용하면 한전 부지에는 연면적 63만4736㎡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이때 초고층 빌딩 건축비를 3.3㎡당 800만원으로 가정하면 건축비는 1조7300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별도로 연면적 39만7160㎡ 규모의 지하 건축물(500% 기준)을 짓기 위해서는 9600억원 가량의 추가 공사비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GBC 조성에 들어가는 건축비는 대략 2조7000억원 정도다.

현대차는 또 금융비용 2조원과 함께 한전 부지 매입에 따른 세금으로 299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세금은 서울시에 납부해야하는 기부채납비율 40%를 제한 6조3300원을 기준한 것으로 취득세 4%와 지방교육세 0.4%, 농특세 0.2%를 적용해 계산했다. 이들 비용과 부지매입비 10조5500억원을 더하면 GBC 조성에 최소 15조549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본사 사옥을 포함한 복합문화센터와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아직 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건축물 규모를 가늠할 수 없지만 연면적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제2롯데월드타워(연면적 24만4400㎡) 높이의 초고층 빌딩 3개동까지 건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가 제시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별도의 부대시설 건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제2롯데 규모의 초고층 빌딩 1동과 60∼80층 짜리 중층 빌딩 1동이 한전 부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GBC에는 현대차 본사와 뿔뿔이 흩어져있던 계열사 30곳, 1만8000명이 입주하게 되는데 이를 수용하려면 연면적 53만7285㎡의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차 계열사 5곳, 5000명을 수용하고 있는 양재동 사옥 건물의 연면적인 14만9246㎡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으로 결국 현대차는 최대 9만7000㎡ 크기의 연면적을 유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모두 임대로 돌린다고 가정하고 3.3㎡당 월 10만원의 임대료를 적용하면 연간 거둘 수 있는 임대수익은 350억원 가량이다. 현재 인근 코엑스 사무실의 임대료는 3.3㎡당 7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가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의 연간 임대료인 2400억원을 절감하는 부대효과를 더해도 매년 거둘 수 있는 기대 수익은 2750억원 남짓이다. 현대차 설명대로 건립되는 통합사옥의 가치를 8조원으로 쳐주더라도 GBC 완공 이후 27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한 곳에 모이는데 따른 시너지 효과 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업비와 기대수익을 단순히 비교하면 현대차가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둔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열사 입주 이후 남는 9만7000㎡ 규모의 연면적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현대차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분석한 수익성은 남는 연면적을 사무실 임대로 돌린다는 가정 아래 계산된 값이다. 현대차가 임대 사무실을 줄이고 자동차 테마파크가 포함된 복합콤플렉스 시설을 넓혀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임대료를 제외한 부대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현대차 역시 본사와 계열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국·내외 행사를 GBC에 유치할 경우 2020년까지 연간 10만명을 국내로 초청해 약 1조3000억원을 웃도는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남는 연면적 9만7000㎡는 제2롯데 크기의 40% 수준이어서 대규모 테마파크와 호텔 등 복합시설을 효율적으로 건립하는 게 관건"이라며 "현대차는 호텔 운영이 주력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한전 부지에 짓는 호텔을 웃돈을 붙여 매각하는 방식으로도 부가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는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부지 확보라는 숙원을 풀었고 한전 땅의 미래가치를 감안해 통 큰 배팅에 나섰다"며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워 사업비와 수익을 단순 비교해 과도한 배팅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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