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 회장 "102년 갈 회사 원한다"

/자료=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표=김다나 디자이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가 현지시각으로 19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다.

공모가가 68달러로 결정된 가운데 주간사 추가 배정 가능 물량(over-allotment option)까지 합치면 상장 규모는 총 250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화려한 증시 데뷔에 앞서 잭 마(Jack Ma) 회장은 직접 (미래)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from Jack Ma)'를 써 알리바바의 비전과 목표, 우선순위 등을 진솔하게 설명했다. 그의 편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IPO신청서에 포함돼 있다.

사실 마 회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기업공개 때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것을 보고 자신도 이들을 따라한 것이다.

▷고객 1순위(first), 종업원 2순위(second), 주주는 3순위(third)
마 회장은 미래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종업원이 주주보다 우선된다고 밝혔다. 미래의 주주들이 보기엔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인 셈.


그가 밝힌 이유는 종업원이 재능 있고 행복하며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일해야만 최우선 순위인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고, 고객을 만족시키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의 창업자가 2004년 IPO신청서에서 "종업원이 전부다(Our employees are everything)"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글 창업자도 종업원이 창조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과감히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기업을 위해 싸운다
마 회장이 주주 서신에 밝힌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알리바바가 소기업(small business)을 위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소기업을 위해 싸운다(We fight for the little guy)"며 알리바바의 명제를 간단히 말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기업 사명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소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줌으로써 어느 지역에서든지 비즈니스를 쉽게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창업 이후 지금까지 수 백만에 달하는 소기업들을 도와 왔다고 강조했다.

▷102년 존속하는 게 목표
마 회장은 알리바바가 최소 102년 동안 존속하기를 원한다는 매우 재밌는 희망을 밝혔다. 102년이라는 숫자가 나온 이유는 알리바바가 창업된 해가 1999년이고 만약 102년 동안 존속된다면 2101년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알리바바는 총 3세기에 걸쳐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마 회장의 숫자 102년에 대한 집착은 올 5월 알리바바 종업원 102명의 합동 결혼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102쌍의 합동 결혼식 주례를 맡으며 회사와 종업원의 관계를 부부 관계로 비유해 표현했다. "우리(회사와 종업원)의 결혼 유지 기간은 총 102년입니다. 이미 15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87년 동안 우리는 부부로 지내야 합니다. 그 뒤엔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결혼식장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장기 성장을 같이 하는 주주를 모십니다
마 회장은 주주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여러 번에 걸쳐 단기 매출이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는 "성공이란 지속적인 장기 성장과 번영으로 정의된다"며 회사의 장기 가치 증진과 지속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투자자인 야후(Yahoo)나 소프트뱅크(SoftBank)도 알리바바의 장기 성장 추구 전략의 수혜자라며, 기업 공개 후 자신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미래 주주들을 환영한다고 말해 사실상 단기 투자자는 사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 회장의 장기 성장 중시는 구글 창업가의 생각과 동일시된다. 구글 창업가도 기업공개 때 장기 성장을 위해선 설령 단기 이익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위험이 뒤따르는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만약 구글의 이런 경영 방식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구글에 투자하지 말라(Our way or the highway)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잭 마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대에서 강연하는 모습/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