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IPO 대박...진짜 '알리바바', 중동에서 나온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떠들썩하다. 설립한 지 10년도 안 된 중국 회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단숨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다음 가는 세계 4위 IT(정보기술) 회사로 거듭났으니 그럴 만하다.

알리바바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첫 거래에서 주가를 공모가보다 38.07% 높은 93.89달러로 끌어올려 시가총액을 2314억달러(약 241조1188억원)로 불렸다. 알리바바 상장 주관사들이 이날 공모 물량 이외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그린슈(초과배정옵션)를 행사하면서 알리바바의 IPO 조달액은 250억달러로 역대 최대가 됐다.


알리바바의 선전에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제2, 제3의 알리바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지난 주말 알리바바 상장 특집 기사에서 알리바바가 역대 최대 IPO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 중산층의 부상이 있었다며 진짜 알리바바의 땅인 중동에서 또 다른 알리바바가 기틀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최근 중동지역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이지만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동에 투자하는 이들이 기회로 삼는 게 중산층과 온라인산업을 둘러싼 잠재력이라는 점이 알리바바의 성장 발판이 된 중국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CNBC는 중동지역에서 제2의 알리바바로 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큰 회사로 두바이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업체 수크닷컴(Souq.com)을 꼽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디어기업 내스퍼스로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내스퍼스는 '아랍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수크닷컴의 기업 가치를 5억달러로 추산했다.

미국의 유력 신생기업 투자회사인 타이거글로벌도 수크닷컴에 투자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수크닷컴은 중동지역 온라인산업의 성장세가 지정학적 위기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난해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정정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인터넷이 며칠간 끊겼을 뿐 수크닷컴의 이집트 사업은 탈 없이 돌아갔다.

오히려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에 현지인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전자상거래가 더 주목받게 됐다.

CNBC는 요르단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명품 온라인 쇼핑몰 마르카VIP도 수크닷컴만큼이나 IPO 기대감이 큰 업체로 지목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미국 투자회사 인버스파이낸셜어드바이저 등으로부터 2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세가 중산층의 부상을 의미하는 신호가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이베이의 전자결제 자회사 페이팔 분석에 따르면 중동지역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지난해 112억달러로 1년 새 30% 가까이 커졌다. 거래당 구매액은 100달러 이상으로 미국 평균치인 70-80달러를 훌쩍 넘었다.

인터넷 사용자도 급증세에 있다. 2011년 9500만명에서 2012년 1억1100만명으로 16% 늘었다. 이에 더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고 아랍어를 쓰는 인구가 3억5000만명에 달한다는 점도 중동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세를 북돋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투자회사인 루미아캐피털의 마틴 게달린 파트너는 "중동지역엔 첨단기술과 브랜드에 정통한 인구가 많다"며 "이들은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중동지역의 전자상거래시장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 물류업체 아라맥스는 중동지역 전자상거래 제품 수송량이 지난해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며 이같은 추세가 향후 2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페이팔도 중동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올 상반기 다국적 사모펀드의 중동지역 투자액은 2억5100만달러로 이미 지난 한 해 동안의 2억3900만달러를 넘어섰다.

투자 전문가들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연안국과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하루 소비나 소득 규모가 10-100달러인 계층을 중산층으로 정의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중산층 인구가 2020년까지 3억4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