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국인, 선물 대량매도의 배경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3일간 코스피시장에서는 6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고, 지수선물 시장에서도 선물을 대량 매도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일단 중기적으로 '하락장'이 펼쳐질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패턴일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일시적인 헤지거래일 수도 있어 추세를 좀 더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국인, 코스피 '주식+선물 대량매도'

22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을 이기지 못하고 전 거래일대비 14.55포인트(0.71%) 내린 2039.27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에 2316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기관은 장 막판 '사자'로 돌아섰으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기관 순매수 금액은 233억원이었고 개인 매수규모는 1956억원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도 대량 매도했는데 장중 한 때 1만 계약을 넘었다. 막판 매수가 유입되면서 장 마감 기준으로는 9044계약 매도로 집계됐다.

올 들어 외국인들이 하루에 지수선물을 1만계약 이상 순매도한 것은 총 6번(1월2회, 6월2회, 8월 1회, 9월1회)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에 나온 물량 치고는 굉장히 많았던 것이다.

이날은 특히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셀 코리아' 우려도 제기됐다.

외국인들의 '현물+선물' 매도 배경은 여러 이유가 있으나, 대체로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등 큰 해외이슈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런 이벤트가 문제없이 넘어간 상황에서 선물과 현물을 동시매도했다는 건 국내 증시를 좋지 않게 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무엇보다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악화 우려가 큰 듯하다"며 "삼성전자 주가하락을 염두에 두고 미리 선물을 매도해 리스크 헤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기로 한 현대차 컨소시엄(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외국인들의 선물매도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더할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의 20%에 달한다. 결국 이들 기업 주가약세로 인해 시장에 큰 재미가 없을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포지션 변화, 향후 1~2일이 분수령

전문가들은 앞으로 1~2일이 외국인들의 '매도' 포지션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본격적인 '셀 코리아' 조짐일지, 아니면 일시적인 헤지거래일지 조만간 결론이 나온다는 얘기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 팀장은 "외국인들이 코스피 지수가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하방베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미결제 약정을 분석해 보면 국내외 변수를 일단 피하기 위한 대규모 헤지거래일 확률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늘어난 미결제 약정은 2154계약으로, 이를 역산하면 7000계약 정도는 기존에 보유한 물량을 정리한 것"이라며 "기업 실적악화도 문제지만 23일 발표될 9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이벤트에 대한 헤지거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중국과 한국의 증시 커플링이 커지는 상황이라 중국의 거시변수 발표가 FOMC나 스코틀랜드 이슈 못지않은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이후, 단기간에 선물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시장이 급하게 반등한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보면 약세가 좀 더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증권 공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만큼, 당분간 매도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일시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의미 있는 강세로 이어지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