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재파업 선언..한전부지 입찰 등 이유 들어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을 끝으로 잠정합의안 도출 직전까지 갔던 노사 협상은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현대차 (241,000원 ▼8,000 -3.21%) 노조는 23~26일 총 12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현대차 근무 형태가 주간연속2교대인 것을 감안하면 공장 가동이 멈추는 시간은 부분 파업의 시간의 두배인 24시간이다.

부분 파업은 23, 24일 각 2시간씩, 25, 26일 각 4시간씩 진행된다. 이와 함께 노조는 잔업 및 특근을 지속적으로 거부함과 동시에 철야농성과 출근투쟁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올 단체교섭 내내 충분히 인내하며 교섭을 통해 회사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했다”며 “회사의 변화된 제시안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교섭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답답할 따름이다”며 “파업은 수많은 협력업체는 물론 힘겨운 상황을 맞은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파업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정합의 직전까지 갔던 노조가 재파업을 결정하게 된 것을 두고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한전부지 인수를 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서 감정평가액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최종 입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노조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한전부지 인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R&D(연구개발)에 투자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 통상임금 문제 모두가 비용적 측면으로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이 난항을 겪어 왔다”며 “한전 부지 매입으로 지불 능력이 확연히 입증된 만큼 이제는 회사가 전향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한전부지 입찰 참여는 기업의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이 파업 이유로 삼을 것이 못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가 나흘 간 또 다시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회사의 손실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지난달 22일과 28일 2차례 벌인 파업으로 차량 1만55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400억여원의 매출차질이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