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핵심국'-'주변국' 바뀌나...佛·벨기에 등 위기

프랑스, 벨기에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핵심국'이 '주변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주변국'은 재정위기로 고전한 유로존 남부 국가들을 일컫는다. 2010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로 확산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재정위기를 겪은 유로존 남부 국가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데 반해 프랑스와 벨기에를 비롯한 핵심국은 새로운 주변국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의 변방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단위노동비용(ULC)에 주목했다. ULC는 상품 한 단위를 만드는 데 드는 노동비용(인건비)을 뜻하는 경쟁력 지표다. 지난 4년간 유로존의 ULC를 보면 상당수 주변국은 하향, 일부 핵심국은 상향 추세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유로존 평균치 이상 ULC를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의 노동비용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절대적인 수치는 물론 유로존 평균치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우려는 특히 벨기에에 집중됐다. 유로존 최고 수준으로 치달은 벨기에의 ULC는 이미 양대 성장동력인 투자와 수출 증가세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 여파로 벨기에의 경상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행진 중이다. 이 나라 경상수지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일련의 지표는 벨기에의 회복세가 유로존 남부 국가들의 경우처럼 더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며 "벨기에 정치권이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탄탄한 경제를 자랑했던 유로존 핵심국 일부가 주변국으로 밀릴 위기에 처한 것은 개혁 드라이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주변국들은 재정위기로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며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했다. 그 결과 주변국은 체질 개선 끝에 하나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했지만 벨기에를 비롯한 핵심국은 재정위기 이전의 주변국과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경기침체에 빠진 핀란드는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를 박탈당했고 프랑스는 올 들어 줄곧 제로(0) 성장 중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다만 핵심국이 주변국에 비해 경쟁력을 더 잃으면 균형 측면에서 유로존 경제가 더 안정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회복세의 지속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