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죽을 죄 지었다" 선처 호소…11월11일 선고

"사랑하는 아들, 딸을 잃은 많은 어머님과 아버님들에게 사죄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27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법정. 이 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69)은 유족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


방청석을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그는 "저의 무능으로 희생된 선원들에게도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거렸다.

이 선장은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유족분들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죽는 그날까지 반성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고 참회했다.

그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수십년 선원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해보긴 처음"이라며 "너무 당황해 정신이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 한심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얼굴을 붉혔다.


다만 "가슴에 손을 얹고 살인의 고의는 생각한 적도 없을 뿐더러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할 능력도 안 된다"고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 선장 측 변호인 역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면서도 "많은 인명이 희생돼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게 어렵다는 건 알지만 진심으로 유족에게 사죄하고 있음을 양형에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서는 "다 죽어야 돼! 우리 애는 열여섯이야. 열여섯! 그런 애들을 다 죽이고!"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또 단원고 희생자 유족 김모씨는 "애들을 구하려고 노력을 했다는데 그게 노력인가"라며 "퇴선하라고 방송만 했으면 힘들이지 않고 다 나올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날 이 선장이 이 사고로 승객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호의무를 져버리고 자신들의 탈출을 위해 먼저 퇴선했다고 판단,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제공하고도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선원들과 함께 퇴선해 피해발생의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장과 함께 살인 혐의가 적용된 핵심 선원인 1등항해사 강모씨(42)와 2등항해사 김모씨(46), 기관장 박모씨(48)는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이 밖에 수난구호법 위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으로 기소된 3등항해사 박모씨(25·여)와 조타수 조모씨(56)는 각각 징역 30년을, 1등항해사 신모씨(34)는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또 조타수 박모씨(60), 조타수 오모씨(58), 1등기관사 손모씨(58), 3등기관사 이모씨(26·여), 조기장 전모씨(61), 조기수 이모씨(56), 조기수 박모씨(58), 조기수 김모씨(62) 등 나머지 선원들에게는 각각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당초 이 선장 등 핵심 선원 4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죄가 적용됐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며 선원들이 승객들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도 방치한 정황이 드러났고, 특히 탈출을 위해 대기한 40여분 동안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살인죄가 적용됐다.

이 선장 등 선원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1일 오후1시에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