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근로자 최소임금도 안 준 '진리의 상아탑'들

사진=뉴스1

전국 160개 주요 대학 중 청소용역 근로자에게 정부가 권고한 최소수준 시급을 지급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계약에 명시한 곳은 절반에 못미쳤고 대학이 '분규 시 계약해지'와 같은 부당한 조항을 요구한 경우도 적잖았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 청소용역 실태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전국 총 160개(국공립 60개, 사립100개) 대학이 191개 청소용역업체와 체결한 용역계약의 근로자 근로조건 및 세부 계약내용에 대해 지난 8~9월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토록 정하고 있다. 시중노임단가는 중기중앙회가 업종별로 매년 발표하는 임금 가이드라인 하한선이다. 올해 청소용역 시중노임단가는 시급 6945원이다. 조사 결과 160개 대학 중 시중노임단가를 제대로 지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부의 지침이 현장에서 종이조각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조사대상 191건 계약 중 청소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자 고용승계 조항을 두고 있는 용역계약은 83건(43.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고용승계 없는 계약이 체결돼 있었다. 용역업체가 바뀌면 청소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을 공산이 크다.

원청인 대학이 용역업체의 경영에 간섭, 부당한 요구를 한 내용도 대거 적발됐다. △대학에서 직원을 교체할 것을 요구할 경우 용역업체가 즉시 교체 △시간이나 횟수 제한 없이 재청소 실시 △노사분규로 업무 지장 시 계약해지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부당 사례가 191건의 계약 중 121건(244개 조항)에서 발견됐다.


전반적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이 준수되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국공립대의 준수율이 사립대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났다. 국공립대는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 제출이나 고용승계조항 명시 등의 항목을 70% 이상이 준수한 것으로 집계된데 비해 사립대의 경우 해당 조항 준수율이 30%를 밑돌았다.

지침 외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경우도 대거 적발됐다. 조사대상 용역업체 191개 용역업체 중 107개 업체서 181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108건, 산업안전보건법(위생시설 설치) 위반이 36건 등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 이미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지키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시정권고 및 용역계약서 변경 지도 명령을 내렸다. 또 교육부 등에 별도로 조사결과를 통보해 지도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송문현 공공노사정책관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지침준수 현황 등을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매년 실태를 조사해 지침이 준수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