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창에 깔고 양복에 숨기고' 기상천외 기술유출 수법

# 금속감지기가 출입자의 전신을 훑는다. 보안요원이 소지품을 모두 확인한다. 보안검색대를 무사통과한 출입자는 구두 굽에 숨겨 둔 USB(이동식저장장치)를 꺼낸다. USB를 컴퓨터에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옮긴다. 불과 10분 만이다.

영화 같은 이 장면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기술유출 범죄에 쓰인 수법이다. 기술유출은 시간이 갈수록 초소형,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완제품을 빼돌려 해체해 부품을 역으로 분석하거나 설계도면, 서류뭉치를 빼가는 형태의 범죄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최근에는 위장형 USB 같은 저장매체나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통한 유출이 빈발하고 있다.

USB 등 저장장치의 사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초소형 카메라 등을 이용해 문서나 도면 등을 모조리 촬영해 가는 수법도 있다. 지난 2012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일어났던 핵심기술 유출 사건 역시 카메라를 이용해 유출이 이뤄졌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단추형이나 볼펜형 등 위장형 카메라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언뜻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모양을 하고 있어 이 같은 첨단 도구를 이용해 기술유출을 시도할 경우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UBS는 1GB(기가바이트) 용량이면 A4 용지로 1톤 트럭 한대 분량의 방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최근 가장 흔한 유출 수단으로 쓰인다"며 "각종 위장형 USB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디지털 포렌식과 클라우드 등 산업보안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보안시스템을 갖출 만한 여력이 부족하거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기술유출 분야도 점차 광범위해지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기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유출이 중점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방산·전략물자 불법수출, 지식재산침해 등의 경제안보 분야로 유출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와 2차 전지,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서 기술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기술유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보호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