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론스타, 국내 소송전 승자될까?

'먹튀' 논란의 대명사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세금 1772억여원을 또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세금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19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론스타는 4조원대 매각차익과 더불어 3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돌려받게 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론스타 먹튀 논란, 그 시작은?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이 시작된 건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공식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주가조작과 인수자격 부적격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에서 끈질긴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론스타 소송의 대표적인 인물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64)입니다. 유 전대표는 2003년 말 론스타펀드가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및 42억9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유예받았습니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해당 사건은 감자설을 허위로 유포한 사실이 인정돼 2012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본격적인 법정공방은 국세청이 론스타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불붙었습니다.


론스타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빌딩(현 강남파이낸스센터)을 사들인 후 싱가폴 법인에 되팔이 얻은 차익에 과세당국이 1000억원대 양도소득을 부과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2004년 스타타워 주식을 싱가폴 법인에 팔아 2450억원의 이익을 남긴 론스타펀드는 '주식 양도로 인한 소득은 판 사람 거주국에만 과세한다'는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역삼세무서에 비과세 신청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론스타펀드가 벨기에에 세운 스타홀딩스는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 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역삼세무서가 막아선 것이죠.

치열했던 공방은 2012년 5월, 과세당국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소송전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론스타는 2007년 6월 LSF-KEB홀딩스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13%를 1조1920억원에 매각한 뒤 2012년 나머지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6억원에 팔아넘기고 한국을 떴습니다.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과세당국은 돈 한푼 내지 않고 철수한 론스타의 행각을 포착, 주식매각대금에 대해 양도소득세 10%를 원천징수했습니다.

불만을 품은 론스타는 또 다시 한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양도세 소송, 법원의 판단은?

양도소득세 3876억원을 돌려달라는 론스타의 주장은 크게 두가집니다. LSF-KEB홀딩스가 벨기에 법인인데다 매각 대금도 미국 본사로 가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법원은 이 사건에서 '한-벨기에 조세조약'이 아닌 '한-미 조세조약'이 과세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LSF-KEB홀딩스는 조세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관회사에 불과하다"며 "양도소득은 상위투자자들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위투자자들이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해 거주지를 기준으로 조세조약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데 론스타 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은 모두 한국과 조세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버뮤다국이므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거주지가 미국인 론스타의 경우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조약 16조는 '자본적 자산의 매각 교환 또는 기타 처분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상대방 국가의 과세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남대문세무서가 LSF-KEB홀딩스와 하나금융지주에 부과한 세금 가운데 일부인 1772억원을 취소해야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끝나지 않은 싸움, ISD…승자는?

론스타와의 싸움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의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로까지 번졌습니다. ISD는 투자유치국이 투자협정을 위반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투자자가 국제중재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절차입니다.

론스타는 세금소송을 제기한 2012년 5월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되고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우리 정부에 ISD 회부 의사를 통보하고 재판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배상을 요구한 금액은 무려 4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론스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7억6800만원을 배정하고 방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론스타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보다 효과적인 대처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4조원이 넘는 국가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까닭입니다.

론스타와 국내에서 벌이는 수많은 소송전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지 '매의 눈'으로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