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분신' 압구정 아파트, 정년 마음대로 낮춰…"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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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으로 고용불안과 아파트 입주민들의 언어폭력 등에 시달리다 분신,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 고 이만수 씨(53)의 운구 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 사진=뉴스1

'경비원 분신 사건'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들이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근무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의 정년을 두고 입주자들과 경비원 사이에 갈등이 있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CBS 표준FM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는 서울 압구정동의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대량해고 사건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 경비원 대표 김인준 씨,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의 석권호 실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는 이날 방송에서 "경비원들의 정년 단축 문제를 놓고 2012년부터 입주자 대표들과 경비원들 간에 갈등이 있어 왔다"고 밝혔다.

석 실장에 따르면 현재 입주민 대표자가 경비원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이 됐다. 이에 따라 입주자 대표들은 60세가 넘은 경비원을 꾸준히 해고해 왔다.

중고령 남성들이 대부분인 경비원의 특성상 정년을 60세로 한다면 대부분이 얼마 일하지 못하고 퇴직해야 되는 만큼 경비원들은 이에 반발해 왔다.


석 실장 역시 주택법상 입주민들이 용역계약한 업체의 정년에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인근 아파트들의 경비원 정년은 65~70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해고 당시 62세)한 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단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보일러실 굴뚝에 올라가 1박 2일동안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그는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60살을 넘긴 경비원을 모두 계약해지하면서 해고됐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김 씨는 지난 19일 아파트 입주민 대표들로부터 해고예정통보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통보를 받은 인원은 경비원 78명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해고예정통보를 받은 이유는 용역업체 교체 때문.

이에 대해 석 실장은 "일반적으로 용역업체를 교체해도 경비원 등 기존 인력은 유지되는 관행상 이번 대량해고는 이례적"이라며 "분신 사건 등으로 아파트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7일 해당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이모(53)씨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세워진 그랜저 차량 안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만인 지난 7일 끝내 숨졌다. 당시 그는 고용불안과 입주민의 상습적인 폭언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