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산중공업에 800억원 지원사격

두산그룹이 부실한 건설 자회사를 돕느라 허리가 휜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두산중공업이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자 계열사들이 800억원의 후순위 투자를 결정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373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다고 25일 공시했다. 산업은행PE와 트리니티PE가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가 3380억원 어치를 인수했고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웰링턴매니지먼트가 350억원의 RCPS를 인수했다.


이 프로젝트 펀드의 출자금은 선순위 1900억원, 중순위 600억원, 후순위 900억원으로 구성됐다. 선순위 투자자로는 교직원공제회(1000억원), 신영증권(300억원), 증권금융(200억원), 산은캐피탈(200억원) KDB생명(200억원) 등이 참여했다.

펀드의 공동운용을 맡은 산은PE와 트리니티PE가 중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600억원을 출자했다. 두산 계열사(800억원)와 한화투자증권(80억원)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고 신영증권은 후순위로도 2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가 이익을 내고 청산할 경우 후순위는 가장 많은 수익을 얻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투자원금이 날아간다. 거래 관계자는 "두산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했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두산중공업의 경영 건전성을 책임진다는 의미여서 선순위 투자자 모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상환보다는 보통주 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에 방점을 찍고 이번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당 발행가격은 2만8250원이고 1년이 지나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1 대 1 전환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자회사 리스크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 부진도 겹쳐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거래 관계자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웰링턴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현 주가가 바닥일 것이라는 가능성에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 6호기 계약 등으로 올해 11월까지 누적수주 4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동남아와 인도 EPC(종합설비시공) 프로젝트 수주까지 확정지으면 올해 총 8조원의 수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원전 건설과 관련해 보상 문제가 최근 합의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RCPS는 5년간 연 3.3%의 배당을 보장한다. 이때까지 상환이 완료되지 않으면 6년째 되는 해에 5년 만기 회사채 민평금리(약 3.3%)에 3.9%포인트를 가산한 7% 초반대의 배당을 지급한다. 그 후에는 매년 0.75%포인트씩 배당이 높아진다.

두산중공업은 발행 후 5년이 되는 해에 5년간 연 5.48%의 금리를 붙여 RCPS를 상환할 수 있다. 이미 배당으로 지급한 금액은 상환금액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5년째 되는 해에 상환할 경우 배당수익을 포함해 연 5.48%의 금리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5년이 지나면 배당금과 마찬가지로 상환할 때 가산해야 하는 금리가 해마다 높아진다. 상환권은 발행사인 두산중공업에 있어 이번 RCPS은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