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표 방산·화학 품은 한화…조직재편·융합 과제 남아

삼성과 한화그룹의 2조원대 빅딜이 발표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삼성그룹과의 2조원대 '빅딜'이 발표된 이튿날인 27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을 재촉했고,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전날 나온 '빅 뉴스'를 소재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화그룹은 이번 '빅딜'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재계 9위로 끌어올렸다는 외형상 성과 외에도 사업 구조를 다변화했다는 '알맹이'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탄약, 항공유압장치, 유도탄체계 제조 부문에서 자주포, 장갑차, 항공엔진, 함정엔진, 정밀유도엔진 등 해군 전투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산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화학사업에서도 삼성정밀화학, 삼성토탈의 제품 구성이 추가되는 데다 기초원료(유분)인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로선, 삼성토탈 등 거래선 확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한화그룹으로선 무리하게 회사를 합병하지 않고도 새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별도의 사업부 조정 없이 계열편입 만으로도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그룹은 전략과 마케팅에 강점을 보이는 삼성그룹보단 1970년대 이후 방산과 화학분야, B2B(기업 간 거래)에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인수한 계열사들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앞으로 실사와 본 계약을 마친 후 계열사 재편 여부와 방식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중복되지 않는 만큼 합병과 법인 유지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수자금 조달우려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삼성테크윈은 2년, 종합화학은 3년에 걸쳐 인수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현금흐름이 우수해 연간 수천억원대 자금을 집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초부터 M&A(인수합병)를 염두에 두고 재무구조 개선을 해 온 만큼 충분한 자금조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 역시 지난 2분기 자회사 한화건설의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 자금조달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미리 해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에서 한화로 그룹소속을 바꾸는 직원들을 품어야하는 '큰 산'은 남아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이 있던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는가에 따라 M&A 성공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삼성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만큼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 개편 등 조절해야 할 사항이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 그룹 관계자도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것이 큰 고민 중 하나"라며 "이들에 대한 처우와 기존 계열사와의 균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