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유가하락, 정·화·조 영향은

전일 해외에서 들려온 소식이 우리 증시를 다시 한 번 뒤흔들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감산을 통해 인위적으로 국제유가를 부양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그 여파는 다시 우리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27일(현지기준) 뉴욕시장에서 WTI(서부텍사스유) 선물은 배럴당 69.05달러로 마감, 2010년 5월 이후 4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지표로 쓰이는 상품들의 가격도 역시 4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OPEC의 결정은 셰일가스를 무기로 삼고 있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종전 에너지 수출국간의 주도권싸움에서 비롯됐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미국·사우디의 충돌로 비롯된 국제유가 급락은 국내 경기민감주의 주가에 직접 타격을 준다.

28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2% 내린 1978.02를 기록, 나흘만에 1980선 아래로 떨어진 모습이다. 지수등락률만 보면 약보합세에 그치고 있지만 개별종목별로는 유가에 따라 확연히 엇갈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이날 한국전력 (21,000원 ▲100 +0.48%)이 3% 이상 강세를 보이고 있고 CJ대한통운 (125,100원 ▼2,100 -1.65%), 대한항공 (20,800원 ▲200 +0.97%), 아시아나항공 등 물류·운수업체들이 4~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하락 수혜주로 여겨지는 업종들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32,350원 ▼250 -0.77%)이 7% 이상 내렸고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들이 일제 급락했다. S-Oil (74,200원 ▼1,800 -2.37%),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와 한화케미칼 (23,050원 ▼750 -3.15%), 카프로, LG화학 등도 동반 약세다. 철강업종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등이 일제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날 급락한 종목들의 공통점은 국제유가 흐름과 연계돼 실적·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업종군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9~10월 조정장세 기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한 차례 급락했다가 10월 하순부터는 일본 추가양적완화 결정으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11월 들어 다소 반등하는 듯 했던 이들 정유, 화학, 조선,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들은 이번에는 국제유가의 추세하락 우려로 또 몸살을 앓고 있다.

정유, 화학업종의 경우 국제유가 급락은 당장 정제마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우려요인으로 꼽힌다. 철강의 경우 여타 원자재와 함께 국제유가와 연동돼 제품가격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달갑지만은 않다. 조선업종 역시 국제유가가 올라야만 유리한 업황이 펼쳐진다. 고마진 선종인 해양원유시추선 등의 시세가 국제유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유가 하락은 9월하순 이후 우리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온 환율환경에도 불리한 흐름을 초래할 수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가격 약세는 순수입국인 한국의 흑자폭을 확대하는 압력으로 작용,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9월 이후 동조화 흐름을 보여온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부분을 감안할 때 최소 12월에는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자동차, IT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팀장은 "철강, 정유, 화학 등 소재업종과 조선 등 산업재 부문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재차 반등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유가가 반등하게 되면 소재, 산업재 부문도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