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유가', 재계 사업계획 어떻게 짰나 보니…

"원달러 환율 1000~1050원, 유가 70달러 후반"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율과 유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사업계획 수립시 참고했던 경제전망을 일부 수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 1000원, 현대차 1050원, LG 1030원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년도 원달러 평균 환율을 1000원으로 잡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50원, LG그룹은 1030원 수준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 경제연구소의 전망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며 "정부나 해외 연구소가 내놓은 지표들도 참고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확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경우 주요 계열사별로 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고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삼성전자가 19일까지 협의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도 오는 25일 전에 협의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어 29일과 30일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사장단이 모두 모여 1박2일 '끝장 세미나'를 통해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환율 전망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실제로 환율에 가장 민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정몽구 회장이 주재한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계기로 내년 사업계획 짜기에 본격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 전망치를 1000원 아래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영향에 환율이 오르면서 최근 1050원대 안팎으로 환율 전망치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달러 평균 환율도 110엔대에서 120엔대로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엔저 가속화, 미국 금리변동, 유가하락에 따른 신흥국 위기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장성과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 변수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LG그룹도 환율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원달러 환율을 1010원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10월 임원세미나에서는 1030원 수준까지 높였다.

LG 관계자는 "아직 내년 사업계획까지 수정할 상태는 아니지만 환율과 유가의 변동성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생산 공장이나 주요 수출시장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유가 전망 '어렵네' 70달러 후반까지 하락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온도차가 다소 느껴진다. 자동차와 화학, 항공, 해운 업종의 경우 유가가 사업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전자업계는 유가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편이어서 다소 자유로운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평균 국제유가(WTI 기준) 전망치를 당초 80달러 중반대로 예상했으나 70달러 후반 선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가하락이 기본적으로 긍정적 요소이긴 하지만 러시아 경제위기를 가속화하고 신흥국의 경제불안을 촉발해 자동차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며 "유가 흐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핵심 정유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환율과 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고민이 깊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유가가 시장 전망치 이상으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환율과 유가 등 거지지표 전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SK는 지난 10월 사장단 세미나를 기점으로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급락하자 사업계획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이다. SK는 내년 초까지 국제유가의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하락폭과 내년 하반기 유가 형성 지점을 내부적으로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가보다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경기 상황을 더욱 중요한 변수로 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며 "환율 역시 원달러 뿐만 아니라 유로나 엔화 같은 30여개 주요 시장 환율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