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엔저까지… 발목잡힌 해외건설 돌파구는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유가 하락에 중동 플랜트 발주가 지연되고 엔저를 앞세운 일본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이 목표치였던 700억달러에 못미쳤다. 더구나 이같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건설기업들도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55개 국내 건설기업들이 전세계 99개국에서 708건의 공사를 통해 660억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313억5000만달러(47.5%)로 가장 많고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각각 159억2000만달러(24.1%), 89억5000만달러(13.6%)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액은 지난해(396억5000만달러) 보다 130% 이상 늘어난 51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이 쿠웨이트(클린퓨얼 프로젝트 패키지, 72억달러), 이라크(카르발라 정유공장, 60억달러), 베네수엘라(뿌에르또 라크루즈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패키지, 43억달러), 알제리(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5개소, 34억달러)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 수주실적은 2013년(652억달러)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지역과 공종에서 편중 현상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의존도는 지난해(261억4000만달러, 40.1%)보다 더욱 높아졌고 플랜트 분야 비중(78.4%)도 1년 전(60.7%)보다 훨씬 늘었다.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시기에 중동에서 플랜트 수주 비중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계획을 철회하거나 이미 계약된 물량조차 연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단기적 수급 요인보다는 중국 등의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때문"이라며 "유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석유화학 플랜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저도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컨소시엄 수주가 유력했던 23억달러짜리 말레이시아 라피드 프로젝트와 15억달러 규모의 미얀마 국제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모두 일본 컨소시엄에 내줬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 엔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내년에도 600억달러대의 해외공사 수주가 유지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란 의견이다. 유가가 최대 변수다. 국내 대형 건설기업 관계자는 "유가 예측이 되지 않다보니 내년으로 넘어간 중동 플랜트 발주계획이 실행될지 조차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해외건설협회나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얘기를 해봐도 내년 유가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많아 발주일정과 수주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국제 여건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세계물포럼(4월), 세계도로대회(11월) 등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행사와 연계해 수주 지원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쿠웨이트, 스페인 등과 양자 협력구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송석준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해외건설 수주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가간 협력과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