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수출 뻥튀기', 피해액 5500억 사실상 회복 불가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중견 가전기업인 모뉴엘의 무역대금 사기사건 수사 결과 국책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허위 대출로 인한 피해 중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금액만 5000억원대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융권 금품로비 사건을 수사한 결과 박홍석 모뉴엘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총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한국무역보험공사 조계륭 전 사장 등 전·현직 간부급 임직원 6명과 한국수출입은행 비서실장 등 현직 간부급 직원 2명, 오모 역삼세무서 과장 1명, 전모 KT ENS 부장 1명 등 총 10명을 적발해 6명을 구속기소,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해외로 도주한 한국무역보험공사 부장은 기소 중지 처리됐다. 이들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모뉴엘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가 홈시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인 것처럼 부풀려 해외로 수출, 이를 통해 발생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팔아 총 3조4000억여원을 대출받았다.

모뉴엘이 대출받은 금액 중 상환되지 않은 액수만 55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82억원 상당이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의 파산으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 피해 금액이 고스란히 금융기관의 손실로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모뉴엘은 허위 수출이 들통나지 않도록 수출대금채권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또다른 허위수출을 일으켜 대출받은 뒤 그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 수입업자에게 송금하고, 이를 통해 수출대금을 결제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모뉴엘의 HTPC 수출입거래는 이른바 '회전거래'로서 빚으로 빚을 막는 '카드 돌려막기'와 동일한 구조"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모뉴엘은 실제 선적하지 않은 물건을 선적한 것처럼 허위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은행에 제시하고,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현지 실사를 받을 때는 실제 물품을 제조하는 것처럼 가장했다. 아울러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허위 수출입거래 전액을 매출액과 순이익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총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대 계상했다.

허위로 대출을 받기 위해 박 대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

모뉴엘은 KT ENS의 전신인 KT네트웍스의 이름으로 허위수출을 대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KT네트웍스와의 거래 규모를 확대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

이후 돌려막기 필요성이 커지며 모뉴엘의 이름으로 허위수출하는 규모가 커지자 시중은행의 여신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 한도액을 늘리기 위해 로비했다. 이 밖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한도액을 늘리고, 시중은행의 여신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관계 기관들에 로비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세무 공무원에게도 뇌물을 건넸다.

검찰 관계자는 "로비 행태가 은밀하고 다양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모뉴엘은 담배갑 등에 기프트카드를 넣어 전달하거나 과자상자, 와인상자, 티슈통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 건네기도 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1200만원 가량의 향응을 접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로비를 제공받은 이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모뉴엘이 술값을 대신 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몇몇은 퇴직 후 모뉴엘 협력업체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돈을 받거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국책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수출 장려 목적에서 마련된 무역보험·수출금융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행태를 확인했다"며 "진짜 수출거래 없이 무역금융 여신만 확보하려는 악의적인 기업과 부정한 금품을 받은 관계자들을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