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장관의 깜짝 발언…"저는 '암벽 등반 마니아'예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은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마니아에 가까울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7일 2018년평창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용평 알파인 경기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김 장관의 모습.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58)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소 꼿꼿한 자세로 유명하다. 대변인 등 곁에서 김 장관을 지켜본 이들은 앉아있을 때나 걸어갈 때나 그렇게 흩트리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조근조근 말을 내뱉거나, 침착한 표정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까지 포착하면 영락없이 조선시대 선비 같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김 장관은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마니아에 가까울 정도로 거친 운동을 즐긴다. 24일 문체부 출입기자단과 가벼운 산행을 한 자리에서 김 장관은 “암벽을 타지 못해 다소 아쉽다”고 웃었다.

그는 암벽 마니아다. 암벽을 타기 전에 이미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모두 훑었고, 대간보다 더 작은 산줄기인 정간도 거의 다 다녔다.

“험한 산들을 죽 훑고 나니까, 암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3년 전 학교(홍대) 동료 교수가 운영하던 암정(인공암벽등반)에 들러서 연습한 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어요.”


김 장관은 연습뿐 아니라 암벽 동호회도 가입하는 등 전문가 수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암벽 코스를 두루 소화한 그는 지난해 2월엔 태국을 찾아 해벽을 타기도 했다.

“전세계 암벽 등반가들이 한번쯤 꿈꾼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 암벽에도 한 번 도전할 계획이었는데, 장관 지명을 받고 잠시 꿈을 접어야했죠. 퇴임 후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하하.”

그가 거친 운동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 가족과 함께 유럽 베낭여행을 하면서부터. 유럽의 한 산행길에서 “왜 아빠는 이렇게 체력이 약하냐”며 뒤쳐진 아빠를 나무라는 아이들의 따끔한 충고를 듣고 체력 단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장관직에 오르면서 “한때 게임 중독으로 '폐인 모드'인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 그는 게임에서처럼 산행에서도 끈기와 열정을 잃지 않았다. 이날 산행 중에 ‘익스트림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짜릿함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무료하고 적적한 인생에서 무언가 짜릿함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일 아닌가요? 가끔 암벽을 타다가 암벽에 박힌 볼트 하나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 볼트 하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생명줄인 셈이잖아요. 그런 게 나름 인생의 한 단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나 같은 인생의 교훈을 그런 운동에서 많이 얻어요.”

김 장관은 현직을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암벽 타기’냐는 물음에 “아니다”며 “연구실에서 조용한 음악 틀어놓고 커피 한 잔 하는게 꿈”이라고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