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펀드 농특세 20%···금융투자업계 몰랐나 감췄나

국세청 ‘2014년 근로자를 위한 연말정산 안내’에 나온 소장펀드에 붙는 농어촌특별세 관련 조항

"소득공제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의 환급액에 20%의 농어촌특별세가 붙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이 사실을 몰랐는지, 알고도 숨겼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최대 39만6000원의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내용이 사실과 달라 소장펀드가 '불완전판매'의 도마에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와 10개 자산운용사 대표 및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소장펀드 출시 준비단'은 지난해 3월 자료에서 연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1년간 600만원을 납입할 경우 240만원을 공제받아 연말정산시 39만6000원(소득세+주민세 16.5%)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득세 환급액에 20% 세율로 부과되는 기습 농특세에 실제 환급액은 최대 32만4000원에 그치게 됐다. '돌려줬다 빼앗는 세금'에 투자자들은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장펀드 농특세 부과, 출시 당시 몰랐나=소장펀드의 소득세 환급액에 붙은 농특세는 해당 법률에 따라 자동 부과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특세는 조세특례제한법, 관세법, 지방세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감면을 받는 소득세·법인세·관세·취득세·면허세의 감면세액에 대해 20%가 부과된다"며 "신설 조항이 아니라 원래 있던 조항으로 조특법에 의해 소장펀드가 출시되면서 당연히 농특세가 부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장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 제91조의 16, 동법 시행령 제93조의 2에 의거해 출시됐다. 이 법은 2014년 2월21일 신설된 조항인데 이 조항만 보면 농특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알 수 없고 농특세법을 따로 확인해야 부가세가 붙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일반인이 법 조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에 소장펀드 판매사나 관련 기관에서 이를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소장펀드 출시 당시 금투협이나 판매사의 홍보 자료에는 농특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금투협 세제지원실은 지난해 9월에야 소장펀드 출시를 준비한 금투협 집합투자본부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지난해 12월에야 일부 기사에 ‘농특세 차감 전’ 세금환급액이라는 내용이 삽입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고지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소장펀드에 농특세가 붙는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농특세는 소득공제 후 환급금에 부과되기 때문에 소장펀드의 절세 효과와는 별개다"고 해명했다.

다만 "농특세의 부과 여부를 고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 향후 오해가 없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면 안내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펀드판매사 홈페이지의 소장펀드 설명 자료. 연말정산시 최대 39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 관계자는 "소장펀드 출시 당시 소득공제를 부각시키다보니 농특세 부분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자자들에게 일부러 숨긴 것은 아니나 소득공제 모의계산 예시를 잘못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장펀드 농특세, 재형저축보다 불리=2008년 출시된 장기주식형펀드와 장기회사채형펀드는 불입금액(분기별 300만원, 연간 1200만원 한도)의 일정비율에 대해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줬다. 이 상품도 조특법에 의해 출시됐지만 농특세법 시행령에 의해 농특세를 면제받았다.

농특세 면세 혜택은 2013년 재형저축·재형펀드에 농특세가 부과되면서 사라졌다.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출시된 비과세 재형저축은 이자소득세 14%가 면세되지만 감면세액의 10%, 즉 이자소득에 대해 1.4%의 농특세를 부과한다.

재형저축이 출시된 2013년 3월에 앞서 은행권은 재형저축을 '완전 비과세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농특세 부과로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장펀드의 경우 2014년 3월 출시 시점에 농특세에 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12월에서야 '농특세 차감 전'이라는 문구를 뒤늦게 붙이기 시작했다.

농특세 세율은 소장펀드에 더 불리한 상황이다. 재형저축의 경우 연간 한도인 1200만원까지 납입하고 36만원의 이자를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5040원(1.4%)의 농특세가 붙는다. 반면 소장펀드는 환급금에 20%의 농특세가 부과돼 추가납부 세금이 최대 7만2000원에 달할 수 있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소장펀드 설정액은 2020억원을 기록 중이다. 2020억원의 납입금을 기준으로 40%(808억원)에 대한 15%의 소득공제가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환급액 대비 투자자들이 내야할 농특세는 약 2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