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인수전 '세금공포' 리스크 터졌다

상반기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인 KT렌탈 인수전을 앞두고 취·등록세 부과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렌탈업에 그동안 면제해주던 세금을 머잖은 미래에 부과할 방침을 엿보이자 후보들이 회사의 현금 창출력 하락을 우려하는 것이다.


26일 M&A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인수 후보들은 28일 본 입찰을 앞두고 입찰 포기를 고민하거나 경쟁자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위험요인을 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세금 문제는 본 입찰 자격을 얻은 후보들 중에서 기업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보다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상당히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인수전에는 MBK파트너스와 어피티니에퀴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퀴티, 오릭스 코퍼레이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KT렌탈의 현금창출력을 전제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입찰액을 결정하려 한다. 3~5년 사이에 회사가치를 높이고 나서 다시 매각해 자본수익을 내야 하기에 정확한 현재가치 계산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과할 취·등록세는 KT렌탈 기업가치를 온전하게 평가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 할인요인으로 지적된다. KT렌탈이 한해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약 1000억원 안팎인데 렌탈 자산에 대한 취·등록세 부과가 시행될 경우 이 가운데 300억원 안팎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라면 6000억~8000억원으로 평가될 수 있는 회사의 가치가 이익이 700억원으로 줄면 4000억~6000억원으로 크게 줄게 된다.


세금 이슈가 불거지자 어피니티와 MBK 등은 인수전에 함께 참여할 기업 후보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와 롯데, SK네트웍스, 에스에프에이 등에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후보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자신들이 소수 지분을 인수해 공동 경영하다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받고 3~5년 후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SK와 롯데 등을 인수자금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거절의사를 밝혔고 한국타이어와 에스에프에이 등이 고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1조원을 투자해 한앤컴퍼니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총 4조원)하기로 했다. 때문에 6000억~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KT렌탈 인수전을 독자적으로 치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에스에프에이의 경우 농협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지만 코스닥 기업으로 부족한 투자금을 분산해 마련하는 차원에서 어피니티 등의 파트너를 추가로 맞을 가능성이 있다.

재무적 투자자 가운데 IMM은 본 입찰 자격을 얻었지만 세금 이슈로 인해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GS건설과 파르나스호텔 인수에 관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어 KT렌탈에 오버슈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의 경우 롯데와 컨소시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단독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오릭스는 이번 거래에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평가받는 SK네트웍스 (5,040원 ▼50 -0.98%)는 사업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3년간 해외 투자와 M&A 분야에서 상실한 자금이 1조원 이상인 것으로 그룹 측이 집계하고 있어 SK네트웍스에 베팅 여력을 인정할지가 우선적인 관건이다. 여기에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와 KT렌탈의 오토케어 사업이 중복되고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렌탈업 영업부문의 잉여 인력이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노동조합의 반발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