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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재판부, 조현아 반성문 이례적 공개 이유는…

[취재여담]'인정과 반성, 교훈, 다짐'의 반성문, 실천 없인 '무용지물'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입력 : 2015.02.15 07:00|조회 : 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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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그 모든 일은 모두 제가 한 일이고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 재판부는 심리 도중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종일관 '내 탓이오'이라는 반성문의 내용과 해당 내용을 공개한 재판부. 이례적인 재판 상황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해당 반성문에는 이번 사건이 화를 주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조 전 부사장의 고백이 담겼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소란을 만들고 정제 없이 화를 표출했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10여일 전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건의 책임을 직원들 탓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는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또 같은 '인간'으로서 박창진 사무장 등이 느꼈을 모멸감을 자극했다고도 반성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김도희 승무원이나 박창진 사무장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일텐데 피해자와 가족에게도 면목 없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에 대한 재벌총수일가의 '갑질횡포'라는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반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급기야 지난 구치소 생활을 공개하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고 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제 주위 분들이 스킨과 로션, 샴푸와 린스, 과자도 선뜻 내어줬고 이 사건에 대해선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이런 것이 사람에 대한 배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말입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박 사무장 등을 '평생의 스승'으로 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날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중략) 제가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나 도전적인 사업을 더 해볼 기회는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깊은 모욕감에 좌절했을지 모른다"고 자책했습니다.

'인정'과 '반성', '교훈', '다짐'으로 이어지는 조 전 부사장 반성문 공개에 방청객은 술렁였으나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반성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반성문을 근거로 조 전 부사장이 이 사건 범행의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일부 다투지만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취지는 재판부가 설명하는 양형 이유에서도 드러납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발생할 무렵 조 전 부사장은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 있었다면 앞서 본 반성문의 내용을 보면 타인을 향하는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할 준비가 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판부가 반성문을 공개해 조 전 부사장 측에 반성과 합의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재판부는 "박 사무장이나 김도희 승무원의 경우도 조현아 피고인에 대한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 준다면 조 전 부사장에게서 직장 상사로서 지위에서 오는 열등감이 아니라 인간적 풍모로 인격적 열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줄 대승적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1년 징역을 선고하면서 반성문을 공개해 '형량이 적은 게 아니냐'는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조 전 부사장에게 사회적 메시지까지 전달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의 메시지가 전달됐다면 조 전 부사장 측이 자백하거나 합의에 나설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도 전혀 변경된 게 없다면 선처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공은 다시 조 전 부사장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글로 써진 반성문은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해당 내용을 실천할지 여부가 향후 재판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조 전 부사장 스스로의 고백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원광
이원광 demian@mt.co.kr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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