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쇼크"…'차세대' 국회의원 7인의 '방중록'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전시장/사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화웨이 쇼크'.
지난 1월말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사무소를 보고 돌아온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화웨이는 주력인 통신장비 제조업에선 이미 세계 최대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막연히 중국의 가전업체, 아니면 스마트폰에서 삼성·애플의 경쟁사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김 의원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모르는 '문외한'이 아니다. 정치입문 전엔 알티캐스트란 방송장비(셋톱박스) 업체에 몸담았다. 그런 그에게도 화웨이의 성장세와 사업 포트폴리오는 가공할만 했다.

화웨이는 그의 두 가지 '상식'을 깼다.
"중국을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또 중국 기업들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우릴 추격하는 정도가 아니더라. 화웨이는 우리는 꿈도 꾸지 못하는 영역을 주력 업종으로 하고 있다."


◇"화웨이 쇼크…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


40대의 젊은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 7명은 지난1월 중국 인민외교학회초청으로 3박4일 베이징을 찾았다. 포럼 회장인 김용태 의원, 간사인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1월 20일 화웨이 베이징사무소를 방문했다. 케빈 딩 화웨이한국 지사장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화웨이는 △기지국·라우터 등 통신네트워크 장비(캐리어) △기업내부망·서버 등 설비(엔터프라이즈 사업) △휴대전화 등 소비자제품 등 3대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매출 50조원을 올렸다.

화웨이가 경쟁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위상을 실감케 했다. 통신장비 영역은 세계 1·2위를 다툰다. 회사 개요를 묻는 의원들에게 "네트워크 부문에선 에릭슨과 EMC가 경쟁자인데 우리가 이미 1등"이라며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시작한지 5년이지만 시스코, 인텔, 오라클 등이 경쟁자"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 기업용 서버 출하량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세번째 분야가 우리에게 친숙한 디바이스(단말기) 사업이다. '삼성, 애플은 언제 제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2~3년"이란 답이 돌아왔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니, 그보다 짧은 기간에 삼성-화웨이의 세계 휴대전화 순위가 뒤집힌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량에서 삼성과 격차가 여전해 '따라잡는다'는 말은 기술력이나 디자인 측면을 강조한 걸로 풀이됐다. 그래도 참석 의원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정호준 의원은 "'저희는 아직 멀었죠' 같은 답을 예상했는데 금세 따라잡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니 더욱 놀란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초청으로 동북아 안보협력방안 토론회를 갖는 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 회원(국회의원)들/사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물론 화웨이의 자신감을 100%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은 "엄청난 물량, 국가적 지원 등을 업은 중국기업 성장세가 대단하지만 내부 모순도 있을테고 이런 성장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엔 이견이 없었다. 중국기업이 내수를 넘어 글로벌시장에 급속히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져 온 정보통신기술(ICT)과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우리의 '추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웨이뿐 아니다. 이미 휴대전화나 소비자가전 분야에선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 외에 창홍, 하이얼 등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더이상 '저가'나 '모방제품' 정도의 이미지로는 중국기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다. 국내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도 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중국 하면 질보다 양, 저가상품 이런 이미지 아니었느냐"며 "그게 아니더라.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정호준 의원은 "한때 삼성이 소니를 제칠 거라고 생각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며 "한 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 무척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 등 펀더멘털 투자와 함께, 대기업은 중견·중소·벤처기업과 동반성장해 경제의 허리를 튼튼히 하도록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은 "중국기업들과 평면적으로, 정면으로 대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이 절대 못하는 분야를 공략할 수 있도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의 1월 방중 일정. 해당의원 7명은 김용태 유의동 하태경(이상 새누리당), 정호준 박홍근 송호창(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 정의당 의원.(자료=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 제공)/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韓 미래세대에 中 위상 과시…"정신 차릴 때"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정치인들을 초청한 중국의 의도는 명백했다. 한국의 차세대 정치인들에게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샹바핑초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부총리급), 탕자쉬엔 전 국무위원 등은 중국의 세계경영 포부를 내비쳤다. 의원단은 중국외교부의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원, 중국 상무부의 연구원에선 각각 한중 외교안보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통상분야를 토론했다.





국제문제연구원은 그 위치부터 의미심장하다. 연구원 건물은 중국·영국간 홍콩 반환 협상, 중·러 국경분쟁 협상 등 아시아 현대사에 굵직한 결정들이 내려진 현장이다. 한동안 영빈관으로 쓰이다 중국의 국제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자리했다.


중국 측은 이런 곳으로 한국 의원들을 초청, 한국이 중국을 외면해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중 교역량은 이미 한미, 한일 교역을 합친 것보다 많고 그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사드(THAAD) 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도 드러냈다. 김용태 의원은 귀국 후 기자와 만나 "정신없어 할 때가 아니고 정신을 똑바로 차릴 때"라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은 "우리가 중국을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동시에 중국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적절한 대응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편, 중국의 팽창에 짓눌려 자칫 미국·일본 등 기존 '우방'과 신뢰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적절한 대중국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