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불안 드러낸 中…'QE' 수순 밟을까

중국이 3개월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낮췄다. 추가 금리 인하 자체는 예견됐지만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오는 3일 개막하는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발표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긴박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서 한 차례씩 내놓은 기준금리 인화와 지급준비율 인하에도 중국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금리를 통한 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이 경제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국도 일본과 유럽처럼 양적완화(QE)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리·지준율 낮췄지만…물가·부동산은 오히려 부진
인민은행은 지난달 28일 1년 만기 예금금리를 2.50%, 대출금리를 5.35%로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40%포인트씩 낮춘지 불과 3개월만이다. 당시 금리 인하는 2012년 7월 이후 2년 4개월만이었다. 금융기관의 예금금리 상한 기준도 1.2배에서 1.3배로 상향 조정됐다.

추가 금리 인하 자체는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시기적으로는 빨랐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빠르면 3~4월 정도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인민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맞는 실질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취업을 늘리는 등 경제 기초체력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지급준비율 인하까지 합치면 중국의 통화부양책은 3개월내 3차례나 이뤄졌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예금 인출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하는 자금의 전체 예금 대비 비율로 지난달 5일 20%에서 19.5%로 조정됐다. 지급준비율 인하도 2012년 5월 이후 2년 6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오히려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0.8% 상승하는데 그치며 대략 5년만에 가장 낮았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도 예상보다 더 낮은 전년대비 3.8%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주 인민은행 기관지인 중국금융보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위험 수준으로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그간 중국의 경기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금리 인하 이후 더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CREIS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신규주택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3.8% 하락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2.7%와 3.1%씩 떨어진데 이어 하락세가 더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이번 금리 인하 역시 중국의 경기둔화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최근 이뤄진 대출 자금의 대부분이 지난 몇년간 쌓였던 막대한 부채를 차환하는데 이용됐기 때문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수석 중국연구원은 “예금금리 인하가 자금조달 비용을 얼마만큼 낮춰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中, 금리 아닌 돈 풀 때”란 의견도..3일 양회에 관심 집중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도 QE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나설 때라고 진단한다. UBS의 왕타오 연구원은 “최근 몇개월 동안 실질 경제활동이 더욱 둔화됐다”며 “내수 약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통화완화책은 더 공격적인 행보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QE를 생길 부작용도 따져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부양책으로 인해 부실 기업들에 자금이 흘러가 부채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3일부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양회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발표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중국은 올해 7% 수준의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7.5% 수준의 높은 전망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7% 수준의 성장 목표를 내놓는다면 성장 둔화를 당분간 인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겠지만 지난해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성장세를 높이기 위해 더 극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