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검·경의 또다른 '칼' 되나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검찰과 경찰의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금품수수의 목적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점 등 때문에 수사기관의 또다른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나 경찰의 표적수사, 자의적인 법집행 등에 '적화'된 법이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직무연관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 연 300만원 이상 금품 등의 수수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준금액 미만이고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엔 과태료를 부과한다. 적용 대상은 공직자와 그 배우자 및 언론인, 사립학교 종사자 등으로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통과될 경우 1차적 승자는 검찰"이라며 "(검찰이)관련자가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하면 공무원을 감방에 보낼 수 있다.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뇌물죄가 분명함에도 김영란법으로 기소하는 등 정치검찰화 될 위험도 커 보인다"며 "검찰의 공정한 검찰권행사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주민 변호사는 "가장 걱정되는 것이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기소"라며 "검찰 개혁 등을 통해 검찰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법에 의거한 검찰에 수사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들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금지행위의 한계가 뚜렷하지 않게 되면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자의적 법집행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자칫 "'검·경 공화국 조성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영란법 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김영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이 법안이 2012년 8월16일 처음 국회에 제출된 지 929일만에 빛을 보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6개월 후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영란법의)위헌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리지만 투명한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위헌 논란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면 될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