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온 여대생…드론 날아다니는 이곳, 어디?

26일 열린 2015 키덜트엑스포에서 국내 최대규모의 레고 디오라마가 전시돼 있다. / 사진=도민선 기자

20대 초반의 여성이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전시장을 누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서로 얘기하기에 바쁘다. 많은 여성들이 찾은 이곳은 화장품이나 보석 등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라모델과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드론'이 날아다니는 키덜드 전시장이다.

◇키덜트, 남성들만 좋아한다? 20대 女대학생도 '좋아요'
26일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2015 키덜트 엑스포'에는 한국의 키덜트들이 대거 모였다. 키덜트란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동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을 말한다.


평일 낮 시간이어서 남성 직장인 키덜트는 많지 않았지만 키덜트 문화가 남성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깰만큼 많은 여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와 함께 온 이모씨(23)는 "요즘처럼 형제자매가 적고 혼자 지내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는 재밌는 취미가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키덜트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에서 1985년 런칭해 올해 30주년을 맞은 프리미엄 토이 실바니안 패밀리의 부스에는 다른 곳보다 유난히 여성 관객이 많았다.

양문희 토이트론 대리는 "실바니안패밀리가 외국에서는 성인과 어린이에게 모두 사랑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동안 20~30대 여성들에게 주로 관심을 받았다"며 "더 낮은 연령대로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덜트, 프라모델서 드론 등 IT접목 제품으로 관심 이동
지금까지 키덜트 시장이 성장한 것은 건담 프라모델 등 프라모델 제품의 덕이 컸다. 제품이 비교적 고가인데다 조립이 어려워 어른들만이 집중력 있게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키덜트 트렌드는 IT제품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특히 행사장 골목마다 윙윙거리는 팬소리를 내며 날아다닌 드론들은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다.

바이로봇(byrobot)의 드론파이터는 적외선 미사일을 통해 공중전을 벌이는 신개념 장난감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적외선으로 가상 미사일을 발사하고 6번 맞으면 기체가 추락한다. 기체는 착탈식 배터리 하나당 7~1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고 상위 모델은 일반 드론처럼 항공 촬영도 가능했다.

프로그래밍의 기본적인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오조봇(ozobot)의 지능형 마이크로 로봇은 만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용 장난감이었다. 허승필 오조봇 부장은 "로봇에 달린 광센서가 종이나 태블릿에 그려진 5가지 색을 식별해 정지, 회전 등 코드를 읽어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며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지난 1월에 열린 'CES2015'에서도 교육용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피규어를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도 인기였다. 영국의 CEL이 가정용으로 출시한 로복스(robox)는 PC를 연결해 최대크기 가로 21㎝ x 세로 15㎝x 높이 10㎝의 피규어를 출력할 수 있다. 모터와 노즐 등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어 경쟁제품보다 가격대 성능비가 좋고 0.1㎜ 적층으로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 낸다.

26일 열린 2015 키덜트엑스포에서 런칭 30주년을 맞은 실바니안패밀리가 전시돼 있다. / 사진=도민선 기자

5700여개의 스톰트루퍼로 만든 국내 최대규모의 레고 디오라마(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모형)를 비롯한 레고 조형물들 역시 행사장 중앙에 배치돼 오가는 관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다음달 개봉할 영화 '어벤져스2'의 주인공들도 주목을 받았다. 입구 근처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터싸이클이 실물 크기로 꾸며져있었다.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위엄을 뽐낸 피규어들은 영화에서 본 주인공들의 모습를 복사해놓은 것 같았다.

이밖에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레고 브릭체험존에서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블럭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또 캐릭터 모양 초콜릿과 쿠키를 만드는 곳에서는 달콤한 블럭을 만날 수 있었다.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30여개 키덜트 상품 브랜드가 참여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키덜트 시장 규모는 7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가 키덜트와 키덜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키덜트 시장의 성장세와 변화를 알려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26일 열린 2015 키덜트엑스포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용 마이크로 로봇, 매직미러, 가정용 3D 프린터 robox 등이 시연되고 있다. / 사진=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