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나라사랑카드' 유치전 개시

매년 35만명의 입영 대상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하는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은행권의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2005년부터 10년간 사업권을 독점해왔던 신한은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군인공제회 C&C는 지난 27일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엔 나설 은행들은 다음달 1일 사업설명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며, 입찰 제안서 마감은 5월 7일이다. 사업자 선정은 5월 중순쯤 이뤄진다. 연내 계약을 완료하면 2025년말까지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할 은행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된다.


나라사랑카드는 징병검사 때부터 군 복무와 예비군까지 10여년의 병역 의무 기간 동안 급여통장·전역증·병역증 등으로 이용되는 체크카드다. 지난 2005년 신한은행이 단독 사업자로 선정돼 징병검사 대상자에게 카드를 발급해왔다.

저금리·저성장 심화로 '핵심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들로선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막 20대가 된 청년층 '미래고객'들을 매년 새로 유치할 수 있는 통로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사업자 선정 후 준비기간을 거쳐 2007년부터 본격 발급을 시작했으며, 매년 35만~36만좌를 발급해 최근까지 약 290만명의 청년 고객을 유치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는 2개 은행을 사업자로 선정키로 했다. 입영 대상자들의 계좌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원칙적으로는 징병검사 때 신한은행 이외의 타 은행 계좌를 선택할 수 있지만, 병영 문화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육·해·공군·해병대를 막론하고 90% 이상의 가입 대상자가 신한은행을 선택해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나라사랑카드 인프라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왔고 각종 군 내 복지시설과의 연계 서비스까지 구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선정'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았지만, 사업자 수가 2개로 늘어난 만큼 동일한 조건의 타 은행들도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에선 이번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 시기가 위탁 운영권을 가진 군인공제회 C&C의 사장 선임 시기와 맞물린 것도 눈여겨 보고 있다.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군인공제회 C&C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남궁균 예비역 육군 소장이 사장을 맡아 왔으며, 오는 5월에 3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신임 사장 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군 관계자는 "지난 24일 신임 사장 채용을 위한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으며,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채용 심의와 국방부 승인을 거쳐 4월 말쯤 신임 사장이 발표될 것"이라며 "군인공제회 C&C 사장은 전통적으로 예비역 장성 중 선정돼 국방부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나라사랑카드 사업 당사자인 군인공제회 C&C 사장이 교체된다면 기존 은행들과의 유대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